새 면허증
한 달 전쯤으로 기억된다. 운전면허증을 갱신하기 위해 기장경찰서를 찾았다. 서류를 접수했지만 반려되었다. 신청서의 ‘난청’ 항목에 표시한 것이 이유였다. 남구에 있는 운전면허시험장으로 가라는 안내를 받고 허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용호동 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았다. 오시리아역에서 동해선을 타고 벡스코역에서 내려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탔다. 경성대·부경대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면서 혹시 난청 때문에 정밀검사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별다른 문제 없이 접수가 완료되었고, 30여 분 뒤 새로운 면허증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 나이보다 호적상 나이가 두 살 적게 되어 있어 면허 유효기간은 5년이었다. 만 75세 이상은 2년마다 갱신해야 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0대에는 10년마다 갱신했는데, 이후에는 5년, 2년으로 점점 짧아지는 것을 보니 마치 운전을 서서히 내려놓으라는 뜻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무사히 갱신을 마치고 나오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면허증에는 부산경찰청장 명의가 적혀 있었다. 이제는 정말 부산 사람이 다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호적상 나이와 실제 나이의 차이는 손해도 있었고 이익도 있었다. 경로우대 혜택은 그만큼 늦게 받았지만, 각종 연령 제한에서는 오히려 덕을 보기도 했다.
나는 큰 수술과 투병으로 퇴직했다. 실제 나이로는 정년이었지만 호적상 나이가 늦게 등록된 덕분에 결과적으로는 2년 일찍 퇴직한 셈이 되었다. 그에 따른 조기퇴직 수당도 받을 수 있었으니 뜻밖의 행운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오시리아역에 도착해 있었다.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운전면허 갱신 때면 여든이 넘는다. 그때도 운전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도 운전이 예전만큼 편하지는 않다. 특히 야간 운전은 부담스럽다. 그 무렵에는 자율주행 기술이 더욱 발전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운전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나는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니고, 대중교통도 자주 이용한다. 습관이 되면 그리 불편하지 않다. 따로 운동할 필요도 없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특히 노년에는 바쁘게 서두를 일이 많지 않다. 쉬엄쉬엄 걸어가며 사는 것이 몸에도 좋고 마음에도 여유를 주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