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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인생의 그물

작성자민병옥|작성시간26.06.23|조회수86 목록 댓글 0

인생의 그물

  나는 송정 바닷가를 자주 찾는다. 그곳은 수심이 얕아 서핑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많은 사람이 몰려와 파도 위를 누빈다. 해안에서 육칠십 미터쯤 들어가도 물이 목까지 차는 정도여서 비교적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깊은 곳은 수영에 익숙하지 않으면 들어가기 어렵다. 그곳에는 고깃배가 오가며 그물을 드리워 고기를 잡는다.
  나는 맨발로 바닷가를 걸으며 종종 생각에 잠긴다. 얕은 곳과 깊은 곳은 우리 삶에서 무엇을 의미할까. 또한 바다 위에 드리워진 그물을 보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문득 성경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밤새도록 그물을 던졌지만 아무것도 잡지 못하던 어부들이 깊은 곳에 다시 그물을 내렸을 때, 무려 153마리의 물고기가 잡혀 그물이 찢어질 정도였다는 이야기다.
  얕은 곳은 자기중심적인 삶과 물질적 현실에 머무는 상태를 뜻한다. 반면 깊은 곳은 영적인 세계와 은혜를 상징한다. 깊은 곳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경험과 고집만을 믿지 않고 삶의 방향을 바꾸어 다시 시도하는 순종의 자세일 것이다.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마음, 곧 가난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행복하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물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고, 그 안의 물고기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때로 세상의 질서와 규범이라는 그물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많은 물고기가 잡혔다는 것은 결국 많은 사람이 그 질서와 공동체 안으로 들어왔음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성경에 등장하는 숫자 153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숫자를 떠올리다 보니 한때 누구나 사용했던 모나미 153 볼펜도 생각난다.
  사람의 삶을 바다에 비유한다면, 우리는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처럼 얕은 곳을 맴돌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욕심과 아집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행동하며,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삶에 머물기도 한다.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고, 신보다 자신을 더 신뢰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진화생물학자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에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이러한 시대정신을 보여 주고 있다.
  과학과 물질문명이 발전하면서 세상은 더욱 풍요로워졌지만, 한편으로는 정신적 가치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우리는 모두 세상이라는 그물 안에서 살아간다. 그 안에서 자신의 주장과 욕망을 내세우며 얕은 삶에 머물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깊은 의미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다. 문학과 음악, 미술과 같은 예술을 통해 정신의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삶의 깊은 바다를 향해 그물을 던지며, 보이지 않는 진실과 의미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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