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로 피신하는 성가족>, 유리화, 노트르담 대성당, 파리, 프랑스
이 작품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성모 마리아 경당을 장식하고 있는 유리화 가운데 한 점이다. 성가정의 가장인 성 요셉은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데리고 황급하게 성문 밖으로 나가고 있다. 성가족은 헤로데의 학살을 피해 이스라엘을 떠나면서도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깊은 신뢰를 갖고서 이집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생명의 말씀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장광재 요아킴 신부│상설고해사목부
한가정의 중심은 과연 누구일까요?(아버지, 어머니, 자녀들, 어르신) 어렸을 적에는 아버지가 가정의 최고이며 중심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며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IMF 경제위기 때 본당에서 지켜본 가정의 중심은 달랐습니다. 누가 봐도 화목한 가정이었는데 남편의 실직을 통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 가정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힘든 생활로 변해 갔습니다. 반면에 다른 가정도 상황은 비슷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생은 하고 있었지만 가족들이 모두 성당에 나왔으며 서로 의지하며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저는 두 가정을 비교해 보면서 다른 점 하나를 찾았습니다. 첫 번째 가정의 어려움 속에서는 엄마가 그 자리를 지키지 못했고, 두 번째 가정은 엄마가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며 저는 가정의 중심은 바로 어머니요, 아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 직장사목을 할 때 운전기사 사도회 형제들과 피정중에어느형제가이런말을하였습니다.“ 저희가이렇게 밖에 나가 일하고 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내가 가정을 잘지켜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이며, 물론 이곳의 중심은 예수님이십니다. 그러나 제3자로서의 주님이 아니라 구성원 각자의 마음 안에 하느님이‘아빠, 아버지’로 함께 계실 때 성가정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의 시작은 결혼이 아닐까요? 전 혼배미사 강론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그림을 보여 드립니다. 무엇이 보이십니까? 아마“까만 점이 보입니다.”라고 대답하실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흰 종이에 까만 점 하나가 그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그림에는 흰 부분이 까만 부분보다 훨씬 많습니다. 여기서 까만 점은 서로가 갖고 있는 단점을 뜻하며, 흰 부분은 장점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우리 눈에는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많은 장점보다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얼마 되지 않는 단점이 쉽게 보입니다. 그러나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
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단점도 서로를 하나로 뭉쳐주는 구실을 합니다. 왜냐하면‘내가 그의 곁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야지.’하는 열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배우자와 자녀의 모습에서, 직장 동료나 친구 그리고 이웃의 모습 속에서 무엇을 보고 계시나요? 우리 신앙인들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상대방의 장점을 먼저 봐야 합니다. 초등학교 소풍에서 보물찾기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보물을 찾기 위해 얼마나 애쓰며 구석구석을 찾았는지요? 또 보물을 찾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주님께서도 우리 모두에게 보물을 감춰두셨습니다. 그래서 그의 보물을 찾으려면 포기하지 않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한해의 마지막 주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간이‘가정 성화 주간’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며 가정공동체 내의 사랑을 확인하며 새로운 한해를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꿈을 드립니다.
노영심 마리보나│피아니스트, 작곡가
기쁨의 축제, 기억의 잔치, 이제 막 지난 4주간의 대림주기 속에서 다시 또 설렘이 움터옴을 느낍니다. 새해를 기다리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모두를 위한 기도의 문을 활짝 열어 놓습니다.
어제 마친 크리스마스 공연에 이어 다시 또 그런 설렘으로, 올해의 마지막 공연을 위해 리허설을 향하는 길입니다. 여기서 제가 연주하는 마지막 곡은‘고맙습니다’라는 곡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을 위한‘메모리얼 memorial’, 기억을 위한 야상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잘 간직하고 계시죠? 그분의 모습, 그분의 뜻…. 저는 이 곡을 선종하신 그날 만들게 되었어요. 밤새, 그 간 한번이라도 더 못 찾아 뵈었던 회한과 그리움으로 피아노 앞에 앉았는데 너무도 선명하게 말씀처럼 멜로디가 되어 다가왔었죠. 그래서 이 곡을 연주할 때면 아직도 그 순간의 감정과 기운이 코끝에 와 앉아요. 음악을 통해 이끌어 온 모든 감정이 고마움으로 전환되는 감동은 음악성이 아닌 진정성에 있다고 믿게 되는 순간이죠.
이 곡의 마무리는 꿈을 통해서 하게 되었어요. 사실 묵혀둔 이 꿈 얘기를 하고 싶어서 가장 좋은 이 시간을 찾아왔는지 모르겠네요. 추도기간 중에 추기경님을 꿈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눈을 감고 그려보세요. 무언의 영상, 묵상의 이미지로 다가오는 이 꿈의 묘사는 어느 시골 농부의 헛간에서 이루어집니다. 바닥이 온통 짚들로 차곡이 쌓인 그곳은 누구에게도 낯익은 고향집 농가. 모든 일을 마치시고 하늘로 돌아가는 새벽, 마지막을 잠시 여기서 머물다 가셔야 한다는 농부는 하늘까지 안내할 동반자로막잠드신추기경님곁을지켜같은모습으로누웠죠.
고요한 절차, 평화로운 머무름. 그 휴식의 시간은 어두운 겨울 새벽이 햇살처럼 느껴질 만큼의 밝은 은총이었습니다. 세 칸 남짓한 공간, 기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 모습을 지키는제가있었어요. 기둥너머 저 옆자리로가있을 수없을까, 나는 왜 저 농부처럼 더 가까이 가 앉을 순 없는 걸까 동동거리며서성였지만꿈속의규칙이었던것같습니다. 이 꿈의 마지막 장면은 언제부터 있었는지 분홍색 아기돼지 한 마리와 함께 농부와 추기경님을 배웅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뵈었던 흰옷 그대로 담담하고 따뜻한 성자의 얼굴. 떠나신 기억보다 머무셨던 기억이 더 선명한 배웅의 길, 기쁨의 동선을 피아노 위에서 걸어본 곡이‘고맙습니다’입니다.
굉장한 꿈이었죠? 한편 명백한‘돼지꿈’이기도 하다면, 오늘 이 시간 모두에게 나눠 드려도 되지 않을까요. 올해도 감사했습니다. 이제 축제의 시간을 접고 새해를 위한 기다림에 기도를 올려놓습니다.
기도가 있는 기다림은 설렘입니다.
제9회 가정 성화 주간 담화문
혼인성사의 의미를 새롭게
†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1. 하느님의 사랑이 아기 예수를 통해 온 세상 모든 이에게 드러난 참으로 기쁜 날인 성탄을 여러분 모두와 함께 기뻐하며, 모든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오늘 우리는 성가정 축일을 시작으로 온 가족이 함께 사랑과 가정의 의미를 새기는 가정성화주간을 맞이하게됩니다.
우리는 이 주간을 통해‘그리스도와 교회가 맺는 계약의 효과적인 표징’이자『( 가톨릭 교회 교리서』, 1617항),‘ 생명을 바쳐 서로에게 자신을 내어 주겠다는 동의를 성찬의 희생제사 안에서 실현되는 교회를 위한 그리스도의 봉헌과 결합시키는’『( 가톨릭교회교리서』, 1621항) 혼인성사의 본래 의미를 깊이 성찰하고, 그동안 이 약속에 얼마나 충실해 왔는지 각자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2. 최근에는 경제난과 개방적인 결혼관 등으로 혼인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과 더불어 혼인비율도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혼인을 하는 경우에도‘하느님께서 주시는자녀라는‘뛰어난선물’을외면하는’『( 가톨릭교회교리서』, 1665항) 경향이나 다자녀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부부들은‘혼인에 내포된 상호 증여의 약속, 끊임없이 그 약속을 지켜나가며 부부의 일치를 통한 사랑의 삶을 성장시킬 소명『( 가정공동체』, 19항)’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혼인의 소명은 현실의 부부들의 삶에서 상당히 약화된 느낌입니다. 혼종혼인과 비신자와의 혼인이 늘어나 성사혼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도 간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아울러 최근 국제혼의 증가로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문화적 충돌과 더불어 혼인의 삶에 대한 다양한 의미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에게‘생명과 사랑의 내밀한 부부 공동체’라는 혼인성사의 본래적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도록 요청합니다.
3. 혼인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줄어드는 이유로 경제생활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의 감소, 개방적 결혼관, 감각적 문화의 왜곡된 가치관 등을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땀 흘려 일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는 바탕과 토대를 위해 다 함께 노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젊은이들이 건전한 가치관, 건전한 혼인관을 갖도록 교회도 다양한 방도를 모색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별히 그리스도인 가정은 자녀들에게 부부사랑의 전형을 보여줌으로써 참된 사랑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현재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는 저출산에 대해서는 출산 장려정책뿐만이 아니라, 자녀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제도 마련까지도 필요함을 역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역교회에서는 출산과 자녀교육이라는 가정의 기본적 소명을 시대가 요청하는 의미로 새로이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국제혼으로 형성된 다문화 가정을 따뜻하고 공정한 시선으로 공동체의 일원으로 맞아주는 일도 우리 시대가 실천해야 할 과제입니다.
4. 교회는 혼인의 성사적 의미를 되새기도록 그리스도인 가정에 촉구하며 특별히 사랑의 헌신으로 그 역할을 다하는가정을축복하고지지합니다.‘ 주님이신그리스도께서 성사의 품위로 들어 높이신’(사목헌장, 48항) 혼인의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고 이 깨달음에 기초하여 그리스도 신자의 의무를 다할 때, 혼인과 가정을 위협하는 모든 반생명적 문화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그리스도인 가정이
보여 주는 신앙의 모범을 통해 곳곳에 혼인의 성사적 의미가 드러나기를 소망하며, 모든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이 풍성하게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황철수 주교
가정을 위한 기도
○ 마리아와 요셉에게 순종하시며
가정생활을 거룩하게 하신 예수님,
저희 가정을 거룩하게 하시고
저희가 성가정을 본받아
주님의 뜻을 따라 살게 하소서.
● 가정생활의 자랑이며 모범이신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저희 집안을 위하여 빌어 주시어
모든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시며
언제나 주님을 섬기고 이웃을 사랑하며 살다가
주님의 은총으로
영원한 천상 가정에 들게 하소서.
◎ 아멘. <가톨릭기도서 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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