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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촌 재개발지구에서 1

작성자정하선|작성시간26.06.23|조회수12 목록 댓글 0

k-poem 희망촌 재개발지구에서 1

정하선 (丁河璿)jung ha sun


희망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아버지 따라
아주 어렸을 적
희망촌에 이사를 오면서부터
바람이 숨바꼭질하는
블록, 춥고 건조한 방벽의 옆구리에
희망이란 낙서를 하면서부터
희망이란 막연한 가슴졸임의 빛깔로
해바라기도 그려보고 별도 그려보고
대통령도 에디슨도 그려보고

벽 밑에 아무렇게나 뿌려놓은 꽃씨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아버지 따라온 집에서 아버지가 된 지금까지
누가 이름 붙였는지도 모르는 희망촌이란 동네에 살면서
그저 막연히 주민등록증에 이르기까지 희망이란
지우고 싶지 않아도 지워지고 마는 낙서를 수없이 했으면서도
희망이란 말의 몸을 잡지고 못하고 옷자락 한 번 보지도 못한 채
희망촌에 그대로 발목 묶이어 살면서
벽에 그린 해바라기도 별도 이제는 색 바래 희미해지고
대통령도 에디슨도 지워져 보이지 않지만
막연히 지금도 희망이란 말을 가슴팍에 그리고 있는

블록 주어다 허공에 까치집 짓듯이 지었던 집들이
이제는 모두 헐리고, 새로 고층아파트를 짓기 위해
굵은 쇠뿌리 깊이 박고 있는 거대한 쇠망치 소리
귀 가득 울리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저처럼 뿌리 깊은, 진실로

또 다른 희망의 튼튼한 집들로 가득한
희망촌이란 동네를 만들어주고 싶은
희망촌, 재개발지구에서
지금까지 살면서 그리도 많이 들먹였던
희망이란 말이 분양이란 말과 함께 선명히 쓰여
플래카드 높이 걸려 바람에 팔랑이고 있음을 본다


정하선 시집(재회)월간문학출판부


ai 시 해설과 번역

정하선 시인의 시 「희망촌 재개발지구에서 1」은 '희망촌'이라는 역설적인 이름의 달동네(재개발지구)를 배경으로, 가난했던 과거와 개발로 사라져가는 현재, 그리고 자녀들을 향한 소박하지만 절박한 미래의 '희망'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1. 시 해설 (Commentary)

배경과 역설적 공간 '희망촌':

시의 배경이 되는 '희망촌'은 과거 아버지를 따라 정착한 가난한 동네(블록벽, 춥고 건조한 방벽)입니다. 이름은 '희망'이지만, 실제로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발목이 묶여 살던 역설적인 공간입니다.

시간의 흐름과 낙서의 의미:

어린 시절 벽에 그렸던 '해바라기, 별, 대통령, 에디슨'은 막연한 꿈과 희망을 상징합니다. 아버지를 따라온 아이가 어느덧 한 가정을 책임지는 '아버지'가 될 때까지 세월이 흘렀고, 그 꿈들은 색바래고 지워졌습니다. 주민등록증 주소에 적힌 '희망'마저도 삶의 무게 앞에서는 지워지는 낙서처럼 허무한 것이었습니다.

재개발의 현실과 '분양':

현재 희망촌은 고층 아파트 건설을 위해 철거되고 있습니다. 거대한 쇠망치 소리는 과거의 삶터가 무너지는 소리이자, 자본의 논리가 들어오는 소리입니다. 마지막 연에서 과거의 막연했던 '희망'이라는 단어는 이제 '분양'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자본주의적인 단어와 결합하여 플래카드에 걸려 있습니다.

시선과 소망:

화자는 자신이 겪었던 막연하고 서글픈 '낙서 같은 희망'이 아니라, 다음 세대인 아이들에게는 '뿌리 깊고 튼튼한 집'처럼 실재하는 진실한 희망의 동네를 물려주고 싶어 합니다. 허공에 지은 까치집 같은 삶에서 벗어나 진정한 안식처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정하선 님의 시 「희망촌 재개발지구에서 1」에 대한 문학적 시평(詩評)입니다. 이 작품이 지닌 내부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를 비평적 관점에서 분석했습니다.

💡 시평: 낙서에서 분양으로, 허공의 집에서 뿌리 깊은 집으로

정하선(Jung Ha Sun)의 「희망촌 재개발지구에서 1」은 도시 개발의 그늘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을 '희망'이라는 시어의 역설적 변주를 통해 밀도 높게 그려낸 리얼리즘 계열의 수작(秀作)이다. 시인은 '희망촌'이라는 공간이 가진 지명(地名)의 아이러니를 출발점 삼아, 가난의 대물림과 자본주의적 재개발의 현실을 차분하면서도 가슴 시린 어조로 고발하고 있다.

1. '희망'이라는 시어의 역설과 삶의 궤적

이 시에서 가장 돋보이는 문학적 장치는 '희망'이라는 단어의 다층적 변화이다.
어린 시절의 희망(낙서): 방벽 옆구리에 그리던 '해바라기', '별', '대통령'은 유년기의 순수한 동경이자 가난을 버텨내게 하던 막연한 꿈이다. 이는 붙잡을 수 없는 "옷자락 한 번 보지도 못한" 허상에 가깝다.

성인(아버지)의 희망(주민등록증): 주민등록증 주소지에 박힌 '희망'은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실존적 굴레이다. 아버지를 따라와 이제는 스스로 아버지가 된 화자에게 희망촌은 벗어날 수 없이 "발목 묶이어" 사는 지난한 삶의 현장이다.

시인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벽에 그린 꿈들이 "색 바래 희미해지고" "지워져 보이지 않는" 과정을 보여주며,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이 얼마나 쉽게 마모되는지를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2. 공간의 대비: '까치집'과 '고층아파트’

시의 중반부 이후, 공간은 급격한 변형을 겪는다. 과거의 집들은 "블록 주어다 허공에 까치집 짓듯이 지었던" 위태롭고 가녀린 공간이다. 반면, 현재 재개발지구는 "굵은 쇠뿌리 깊이 박고 있는 거대한 쇠망치 소리"로 가득 찬 폭력적이고 압도적인 공간이다.

허공(과거)과 깊은 뿌리(현재)의 대비는, 가난한 이들의 부초 같은 삶과 그 자리를 치고 들어오는 거대한 자본의 힘을 시·청각적으로 극대화한다.


3. '분양'이라는 자본주의적 현실과 아버지의 소망

이 시의 절정은 마지막 연에서 '희망'이 '분양'이라는 단어와 나란히 걸리는 순간이다.
과거의 희망이 가슴 졸이는 정신적 가치였다면, 재개발 지구에서 마주한 희망은 '분양권'이라는 물질적 가치로 환산된다. "분양이란 말과 함께 선명히 쓰여" 바람에 팔랑이는 플래카드는, 원주민들이 쫓겨나야 하는 재개발의 씁쓸한 현실(젠트리피케이션)을 함축한다.

그러나 시인은 여기서 냉소나 절망에 그치지 않는다. 화자는 거대한 쇠망치 소리를 들으며, 저들이 박는 쇠뿌리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저처럼 뿌리 깊은, 진실로 / 또 다른 희망의 튼튼한 집들"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아버지의 염원을 드러낸다. 자식 세대만큼은 허공에 집을 짓는 낙서 같은 희망이 아니라, 삶의 대지에 단단히 뿌리박은 '진실한 희망'을 누리길 바라는 숭고한 모성·부성적 사랑으로 시를 결속한다.

📝 총평

이 작품은 단순한 도시 빈민의 고발 시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 인간의 성장사(유년에서 아버지가 되기까지)를 재개발이라는 사회적 사건과 절묘하게 결합했다.
막연한 위로나 섣부른 절망 대신, '분양'이라는 차가운 현실 앞에서도 자식을 위해 '진실로 튼튼한 희망촌'을 꿈꾸는 화자의 시선은, 이 시대의 개발 논리 속에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인간 존엄과 사랑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묵직하게 되묻고 있다.


2. 영어 번역 (English Translation)


At the Himang-chon (Hope Village) Redevelopment Zone 1

jung ha sun

Without even knowing what hope was, following my father
When I was very young,
Ever since moving into Himang-chon,
In the block where the wind plays hide-and-seek,
Ever since scribbling 'hope' on the flank of the cold, dry barrier,
With the color of a vague heart-throbbing,
I drew sunflowers, and I drew stars,
I drew the president, and I drew Edison too.

The flower seeds scattered carelessly beneath the wall
Bloomed into flowers and bore fruit,
Living in this town called Himang-chon, which no one knows who named,
From the house I followed my father to, until now when I have become a father myself,
Just vaguely, even on my resident registration card,
Though I made countless scribbles of 'hope' that ended up erased even if I didn’t want them to,
Without ever grasping the body of the word 'hope', without even seeing a flutter of its clothes,
Living with my ankles tied down just like that in Himang-chon,
The sunflowers and stars drawn on the wall are now faded and dim,
The president and Edison are erased and no longer visible,
Yet even now, I am vaguely drawing the word 'hope' upon my chest.

The houses built like magpie nests in the empty air with picked-up blocks
Are all demolished now, and to build new high-rise apartments,
The sound of a giant iron hammer driving thick iron roots deep
Is echoing full in my ears.
For our children, a place deeply rooted like that, truly

Filled with other sturdy houses of hope,
Wishing to make them a neighborhood called Himang-chon,
At Himang-chon, the redevelopment zone,
The word 'hope' that I have mentioned so very much while living until now
Is clearly written alongside the word 'sale/allotment',
And I see it hanging high on a banner, fluttering in the wind.


3. 프랑스어 번역 (French Translation)

Au quartier de réaménagement de Himang-chon (Village de l'Espoir) 1

ju8ng ha sun


Sans même savoir ce qu'était l'espoir, en suivant mon père
Quand j'étais tout enfant,
Depuis que j'ai emménagé à Himang-chon,
Dans ce bloc où le vent joue à cache-cache,
Depuis que j'ai griffonné « espoir » sur le flanc du mur froid et sec,
Avec la couleur d'un vague serrement de cœur,
J'ai dessiné des tournesols, j'ai dessiné des étoiles,
J'ai dessiné le président, et j'ai dessiné Edison aussi.

Les graines de fleurs semées au hasard au pied du mur
Ont fleuri et porté des fruits,
En vivant dans ce quartier nommé Himang-chon sans que personne ne sache qui l'a baptisé,
Depuis la maison où j'ai suivi mon père jusqu'à aujourd'hui où je suis devenu père à mon tour,
Tout simplement, vaguement, jusqu'à ma carte d'identité,
Bien que j'aie fait d'innombrables griffonnages d'« espoir » qui finissaient par s'effacer même sans le vouloir,
Sans jamais pouvoir saisir le corps du mot « espoir », sans même voir un pan de son vêtement,
Vivant les chevilles attachées, tel quel, à Himang-chon,
Les tournesols et les étoiles dessinés sur le mur sont désormais fanés et de couleur pâle,
Le président et Edison sont effacés et invisibles,
Pourtant, aujourd'hui encore, je dessine vaguement le mot « espoir » sur ma poitrine.

Les maisons construites en ramassant des blocs, comme des nids de pies dans le vide,
Sont toutes démolies à présent, et pour construire de nouveaux gratte-ciels,
Le bruit d'un marteau de fer géant enfonçant profondément de grosses racines de fer
Résonne à pleine oreille.
Pour nos enfants, un endroit profondément enraciné comme cela, vraiment

Rempli d'autres maisons solides de l'espoir,
Voulant leur créer un quartier nommé Himang-chon,
À Himang-chon, dans le quartier de réaménagement,
Ce mot « espoir » dont j'ai tant parlé en vivant jusqu'ici,
Se trouve désormais inscrit clairement aux côtés du mot « vente/lotissement »,
Et je le vois flotter au vent, suspendu haut sur une bander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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