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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호 시시조동시

최정아 17호 원고입니다

작성자최정아|작성시간26.06.09|조회수9 목록 댓글 0

1 이상한 건기의 계절외1

 

 

 

내 몸은 이상기후 건기의 응달이다

비발디 사계 중 봄으로 가려는데

누군가 내 그림자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우기 속에 서 있는 나무 이름을 불러본다

나무들은 흔들림으로 대답한다

한밤의 적막이 폭우가 몰아치기 전의 공기 같다

 

시간만큼 약속을 잘 지키는 건 없다

잠이 들고 일어나는 일이 빗소리에 달려있다

건기의 풀들에게

태양은 햇살을 마구 퍼부어 과열의 단내를 즐긴다

퍼즐 한 조각만 끼우면 그림이 완성된다

퍼즐 속 풍경은 한 조각 때문에 완전한 계절이 없다

한물간 로맨스를 꿈꾸며 눈을 감는다

숫자를 만 번까지 세어보다가

초원에 방목 중인 양들 천 마리를 불러 보다가

밤물결처럼 들려오는 오디오북을 듣다가

우기가 건기를 돌려세운 줄도 모르고 혼절해 버렸다

내 몸에 우기와 건기는 계절도 없이 오고 간다

갑자기 폭우를 퍼붙다 변덕스럽게 햇빛이 쨍하다

건기의 몸에 물이 차오르고 있다

푸른 잎들이 잠꼬대처럼 허공을 휘젖는다

잠시겠지만, 우기는 곧 건기에게 밀려날 것이다

 

 

새들의 사다리

 

 

새들이 날아오를 때 날개 짓은

활공하는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듯하다

높은 계단 올라 숨 몰아 쉴 때

들썩 거리는 어깨들

날개를 두려워했던 날이 있다

사다리들을 비웃으며 투신한 친구는 지금쯤

더 이상 오르지 않아도 될

어느 계단을 올려다보고 있을까

 

높은 계단을 오르려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점점 높아가는 계단들

광장이나 지붕 위에서

새들은 기류의 계단을 오르고

사람들은 계단이 자신의 날개라고 착각한다

 

사다리를 보면

푸득거리는 새들의 날개가 떠오른다

푸른 허공에서 숲속 짐승들이 다니는 길을 내려다보면

나무들은 끊임없이 계단을 만들고

짐승들은 계단을 먹어치운다

 

사다리위에서 농부가 과일을 딴다

새들이 사다리를 잠시 나무에 걸쳐 놓는다

사다리도 약육강식이 있어

작은 사다리를 더 큰 사다리가 삼켜버린다

 

팔랑거리며 나비가 사다리를 끌고 온다

아찔한 높이에서 새들이 사다리를 펼쳐놓는다

떨어지는 것들은 사다리를 탕진한 듯 보이지만

더 이상 오를 사다리가 없기 때문이다.

 

 

 

 

 

최정아

장안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중앙대 문예창작 전문가과정 수료

 

2009<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2014 <천강문학상> 대상수상

2018 현대수필 신인상

시집 <바람은 색깔을 운반한다> <혼잣말씨>

수필집 <누군가의 저녁이 되고싶다>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 수필학회 회원

 

서울시 강남구 일원로 120 샘터마을 아파트 1051306

cjss5246@hanmail.net

010 3508 9293

06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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