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제17호 시시조동시

돌 하나 떠 있다 외 1편 / 하순명

작성자이종문|작성시간26.06.15|조회수26 목록 댓글 0

돌 하나 떠 있다 외 1

 

                       하순명

 

부석사에는 돌 하나 떠 있다

지탱하지 않고도 버티는 것 기댈 곳 없이 서 있는 것

 

사람들은 그것을 부석이라 부르고

지금 나는 그 앞에 멈춰 서 있지만

돌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천 년 넘게 그러했듯이

 

고요는 말 대신 햇살로 내려와 앉는다

기와지붕의 물결 위로

무량수전 처마 끝 그림자 위로

 

오래된 경전처럼

여름 바람이 건네는 소리는 마치 질문 같기도 하다

 

‘너는 지금 무얼 붙잡고 있는가’

 

돌 하나가 떠 있는 이 절벽 위에서

나는 세상의 무게 대신

무게 없는 마음을 배운다

 

조금은 가벼워진다.

 

 

 

 

여행, 내 안의 길

 

 

그동안 낭비한 언어를 가방에 담아 지퍼를 채운다

그러나 가방은 열리지 않고 시간은 짐보다 무겁다

결국 오늘도 제자리에 머문다

 

하지만 마음은 수시로

행방을 알 수 없는 바람과

헤아릴 수 없는 아침과 저녁나절의 모음을 찾아

무수히 발자국을 찍는다.

창문 너머 먼 곳의 구름을 따라 걷는다.

가본 적 없는 낯선 마을에 다달아

햇살이 닿는 작은 벤치에 앉는다

물소리 들리는 강변에 몸을 누인다

 

여행은 꼭 떠나야만 하는 건 아니다

 

기다림도 설렘도 멈춰있지만

지금 이 시간 속에서 내 안의 길이 자라고 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