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하나 떠 있다 외 1편
하순명
부석사에는 돌 하나 떠 있다
지탱하지 않고도 버티는 것 기댈 곳 없이 서 있는 것
사람들은 그것을 부석이라 부르고
지금 나는 그 앞에 멈춰 서 있지만
돌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천 년 넘게 그러했듯이
고요는 말 대신 햇살로 내려와 앉는다
기와지붕의 물결 위로
무량수전 처마 끝 그림자 위로
오래된 경전처럼
여름 바람이 건네는 소리는 마치 질문 같기도 하다
‘너는 지금 무얼 붙잡고 있는가’
돌 하나가 떠 있는 이 절벽 위에서
나는 세상의 무게 대신
무게 없는 마음을 배운다
조금은 가벼워진다.
여행, 내 안의 길
그동안 낭비한 언어를 가방에 담아 지퍼를 채운다
그러나 가방은 열리지 않고 시간은 짐보다 무겁다
결국 오늘도 제자리에 머문다
하지만 마음은 수시로
행방을 알 수 없는 바람과
헤아릴 수 없는 아침과 저녁나절의 모음을 찾아
무수히 발자국을 찍는다.
창문 너머 먼 곳의 구름을 따라 걷는다.
가본 적 없는 낯선 마을에 다달아
햇살이 닿는 작은 벤치에 앉는다
물소리 들리는 강변에 몸을 누인다
여행은 꼭 떠나야만 하는 건 아니다
기다림도 설렘도 멈춰있지만
지금 이 시간 속에서 내 안의 길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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