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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호 시시조동시

제17호 원고 시 두편

작성자류근홍|작성시간26.06.23|조회수24 목록 댓글 0

 

 

류근홍

충남 공주 출생.

󰡔미래시학󰡕 시부문 등단(2018)

중앙대 문인회, 한국기독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안산지부 자문위원 )

시집 󰡔고통은 나의 힘󰡕 외 다수

성호 문학상 수상(2020), 경기도 문학상 수상(2023)

 

 

 

말몰이

                                                                              류근홍

 

1

말의 고삐를 움켜쥔 채 말몰이를 하는 기수

휘두르는 채찍이 기수의 말이다

 

들을 수 없는 말

다 할 수 없는 말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은 흘러만 가고

온몸에 땀이 흘러내린다

 

울부짖다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돌고 있는 말이 조금은 알아들은 걸까

 

고삐를 바짝 움켜쥔 사내

길을 이탈하지 않고 한곳만을 향해 달린다

 

2

집 밖을 나설 때마다 조심하라는 말

잔소리로만 들렸던 그 말

 

어머니 나이가 되어도

입속에 머문 하늘 같은 그 말들

 

저장된 그 말로 자식을 말몰이하고 있다

 

 

 

 

 

생명

 

 

푸른 잎이 돋고 꽃필 무렵

촉촉이 비 내린 어젯밤

집 안에는 시멘트 냄새로

악취가 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앞마당에 서서 주변에 둥지를 틀고 있는

새 식구들을 본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낯선 둥지로 가기 위해

나무들은 자기 몸에 붙어 있는

살을 여기저기 잘라낸 채

오한에 떨고 있다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려고 고행을 하는

물을 잔뜩 머금은 나무들

몸통만 덩그러니 서 있는

두 쌍의 백일홍은

아물지 않은 상처로

시커멓게 멍이 들었다

 

옹벽 위에 빼곡히 서 있는 소나무

비 그친 새벽 봄바람이 세차게 불어

솔방울은 떨어져 자꾸만 내 앞을 굴러 지나가고

 

앞마당에 송홧가루가 쌓이면 쌓일수록

소리 없이 나무들

더욱 노랗게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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