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홍
충남 공주 출생.
미래시학 시부문 등단(2018)
중앙대 문인회, 한국기독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안산지부 자문위원 )
시집 고통은 나의 힘 외 다수
성호 문학상 수상(2020), 경기도 문학상 수상(2023)
말몰이
류근홍
1
말의 고삐를 움켜쥔 채 말몰이를 하는 기수
휘두르는 채찍이 기수의 말이다
들을 수 없는 말
다 할 수 없는 말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은 흘러만 가고
온몸에 땀이 흘러내린다
울부짖다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돌고 있는 말이 조금은 알아들은 걸까
고삐를 바짝 움켜쥔 사내
길을 이탈하지 않고 한곳만을 향해 달린다
2
집 밖을 나설 때마다 조심하라는 말
잔소리로만 들렸던 그 말
어머니 나이가 되어도
입속에 머문 하늘 같은 그 말들
저장된 그 말로 자식을 말몰이하고 있다
생명
푸른 잎이 돋고 꽃필 무렵
촉촉이 비 내린 어젯밤
집 안에는 시멘트 냄새로
악취가 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앞마당에 서서 주변에 둥지를 틀고 있는
새 식구들을 본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낯선 둥지로 가기 위해
나무들은 자기 몸에 붙어 있는
살을 여기저기 잘라낸 채
오한에 떨고 있다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려고 고행을 하는
물을 잔뜩 머금은 나무들
몸통만 덩그러니 서 있는
두 쌍의 백일홍은
아물지 않은 상처로
시커멓게 멍이 들었다
옹벽 위에 빼곡히 서 있는 소나무
비 그친 새벽 봄바람이 세차게 불어
솔방울은 떨어져 자꾸만 내 앞을 굴러 지나가고
앞마당에 송홧가루가 쌓이면 쌓일수록
소리 없이 나무들
더욱 노랗게 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