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부여ㆍ공주 문학기행문 / 박정숙(가흠)

작성자이종문|작성시간26.06.17|조회수44 목록 댓글 0

부여ㆍ공주 문학기행문

- 백마강의 혼, 금강의 숨결
  신동엽과 나태주를 만난 부여ㆍ공주 문학기행

                                         박정숙(가흠)


길섶의 풀꽃으로 세상을 위로하다
                                           시인  나태주

나태주 시인은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한평생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과 자연
그리고  일상의 소박한 풍경 속에서
쉼 없이 시를 길어 올린 시인이다
반세기가 넘는 기나긴 세월 동안

한결같은 걸음으로 작품활동을 이어오며

우리 문단의 가장 따뜻한 등불이 되어 주었다

그는 화려한 수사나 난해한
상징의 미로 속에 독자를 가두지 않는다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삶의 어긋난 본질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시인이다
그렇게 그의 시는 세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수많은  이들의 가슴에
깊은 사랑으로 남았으며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우리 시대의 가장 맑은

영혼의 양식으로 읽히고 있다

그의 문학적 궤적을 짚어보면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는 극도로 정제된 쉬운 말을
쓰되 그 안에 담긴 울림의 깊이를
잃지 않는다는 점이요

둘째는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나직한 음성으로  노래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그의 삶은 시스러운 일상 그 자체다
시를 쓰기 위해 억지로 삶을 가꾸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순간을 자연스레 시로 발효시키는

삶의 태도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그를 세상에 가장 널리 알린
명시, "풀꽃"의 첫 구절은
그의 이러한 시 세계를

가장 명징하게 대변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자세히'라는 공감적 시선과
'오래'라는 시간적 사유를 통해
시인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미미한 것들의 가치를 길어 올린다

그리고 나직하게 속삭인다
진정한 관심과 묵묵한 기다림이야말로

사랑의 가장 순수한 본질이라고

오랜 고독과 사색 끝에

마음속에서 맑게 걸러 내어

마침내 피워낸 고운 언어라 할만하다

풀꽃ㆍ들길ㆍ바람ㆍ나무ㆍ새ㆍ아이들......

그의 시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 소박한 시어들 속에는

인간을 향한 가없는 온기와

세상의 모든 가냘픈 생명을 아끼고
존중하는 숭고한 생명의 윤리가 깃들어 있다

나태주 시인은

거대한 산을 정복하려 들기보다

길섶에 수줍게 피어난 풀꽃, 한 송이 앞에서
기꺼이 걸음을 멈추는 시인이다

남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작은 미물에게서

삶의 가장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고

투박한 말 한마디로

독자의 가슴에 잔잔하고도 깊은 파문을 남긴다
그리하여 그의 시는  눈으로
거칠게 읽어 내려가는 글이 아니다
천천히  바라보고 오래도록
품어야만 비로소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들꽃과 같다

신동엽 시인이 민족의 강인한 생명력과
서슬 푸른 역사의식을 대지에 새겼다면,

나태주 시인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메마른 마음속에

숨어 있는 작은 생명과 사랑의 씨앗을 일깨운다

그의 시는 거창한 혁명의 구호 대신
조용한 풀꽃 한 송이의 손을 잡고

이 아픈 세상을 위로하는 것이다

금강과 백마강 흐르는

물길 위에서 문학을 만나다
공주를 감싸 안고 흐르는
금강의 물길이 부여에 이르니

비로소 백마강이라는 애달픈 이름을 얻는다


금강이 자연과 생명의 날것
그대로의 이름이라면,

백마강은 백제의 고독한 혼과 유구한
세월이 빚어낸 문학의 이름이자 기억의 강이다


나태주 시인은 비단결 같은
금가의 맑은 물길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고
신동엽 시인은 황톳빛 백마강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민족의 혼을 건져 올렸다

세상이 번개처럼 빠르게 흘러가고,

마음마저 덩달아 숨 가쁘게 달리는 시대다
그럴수록 더디지만 거스름 없이 흐르는 금강을 돌아보며
잠시  삶의 걸음을 늦춰 본다
그 유장한 물길 위에서 충청의 깊은 얼과 푸른빛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던 이번 문학기행은

내 삶의 지평 속에서도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뜻깊은 여정이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펼쳐지는 4월의 숲은

한층 더 푸른 생명의 빛으로 다가왔다
오래 바라볼수록 더 아름답고
오래 품을수록 더 서정적인 그 풍경은

마치  나태주 시인의 시 한 편처럼

그리고 이번 여정의 여운처럼

내 마음속에 조용히 피어나고 있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