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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클린마운틴 87차 해인사소리길 취재후기

작성자버들|작성시간17.10.23|조회수125 목록 댓글 0
  • 웹출고시간2017.10.22 15:38:09
  • 최종수정2017.10.23 08:44:56
[충북일보] 가을엔 좀 흔들려도 좋다. 가을이니까 이해가 된다. 2017년 10월21일 87차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이 가야산 해인사 소리길을 찾았다.

북녘에서 찾아든 단풍이 남녘을 물들이고 있다. 설악산 대청봉의 붉은 단풍이 한 달을 내달려 가야산까지 내려왔다. 홍류동 계곡의 물빛이 점차 붉게 물들어간다. 단풍 빛 따라 물빛을 바꾼다. 가야산 홍류동에 새 바람이 분다.

가을빛이 참으로 눈부시다. 맑은 바람 소리에 시원한 물소리가 겹친다. 옅은 단풍이 곧 이어질 오색빛깔의 만산홍엽(滿山紅葉)을 전조한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가 오감을 깨운다. 하늘, 산, 들 모두가 소리길의 배경이다.

회원들이 소리길 4주차장 앞 동네 어귀 작은 샛길로 들어선다. 소리길 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초입부터 회원들의 감탄이 쏟아진다. 가을바람이 여심을 흔들었던 모양이다. 주막집 뒤로 매달린 넓적 감도 한 풍경이다.

가야산 홍류동 계곡이 점점 붉은 색을 띤다. 흐르는 청류에 단풍의 붉은 빛이 투영돼 간다. 기암괴석에 부딪는 물소리도 풍경이 된다. 최치원 선생이 신선이 된 이유를 설명한다. 가야산 해인사 풍경도 붉은 빛으로 물들어간다.

10월 소리길에는 여전히 꽃들이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숲이 좋다. 숲이 주는 즐거움을 당할 수가 없다. 계곡엔 따로 그림이 필요 없다. 수량이 풍부해 그대로 진경산수다. 시원한 계곡과 옅은 단풍이 어우러져 한 폭의 멋진 그림이다.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소나무와 어울린 졸참나무와 굴참나무 풍경도 으뜸이다. 길바닥은 순 하디 순하다. 아무리 걸어도 숨이 차지 않는다. 걷는 도중에 쉼터도 많다. 경관에 대한 설명은 달리 말할 필요가 없다.

가야 19명소 중 16 곳이 홍류동 계곡에 있다. 소리길을 걷는 내내 명품의 경관을 즐길 수 있다. 신라 최고의 문장가 최치원의 흔적들도 찾아볼 수 있다. 반석 위에 쓰인 글씨도 곳곳에 있다. 후손들이 남긴 헌사도 있다.

해인사전나무

울창한 숲 사이로 나무 데크가 편안하다. 해인사가 가까워질수록 소나무의 연륜이 느껴진다. 상류로 올라갈수록 물소리가 더 커진다. 진한 옥빛의 담과 소가 곳곳에 있다. 밤이면 천연기념물 303호로 지정된 수달이 노는 곳이다.

영산교를 지나야 소리길의 백미를 경험할 수 있다. 홍류동 계곡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가을단풍이 흐르는 물에 붉게 투영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전 답사 때와는 너무 다른 풍경이다. 짧은 시간에 참으로 큰 변화다.

해인사 입구 단풍

해인사 일주문에서 길상암 앞까지 구간(2.1km)은 나무데크와 황토 흙 포장길이다.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그 정도로 편안한 구간이다. 나머지 구간도 흙길과 데크, 포장길이 번갈아 이어진다.

소리길엔 계곡을 가로지르는 8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 각기 모양이 다른 다리들이 계곡을 지그재그로 가로지른다. 물굽이가 장관인 곳에는 전망대를 설치해 감상을 돕는다. 농산정 앞의 물굽이는 유난히 거칠다. 물소리도 우렁차다.

길상사 앞에 다다른다. 거대한 석불 2기와 석탑 1기를 만난다. 이 앞을 지나면서부터 약간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된다. 다소 밋밋했던 길 끝에 만난 흥미진진한 구간이다. 여기부턴 잠시 계곡 물소리와 멀어진다.

새 소리와 바람 소리가 귓전에 머문다. 무심한 듯 돌고 도는 물레방도 볼거리다. 가을에 걷기 좋은 길이다. 새 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가야산 소리길은 누가 뭐래도 홍류동 계곡길이다.
홍류동은 '이른 봄날에 진달래 꽃잎과 늦은 가을 단풍잎이 수면을 홍색으로 물들인다'고 해 지어졌다고 한다. 이름만큼이나 별나게 아름답다. 수채화 속의 풍경을 보는 듯 감미롭다. 진경(眞景)이 따로 없다.

가을이 깊을수록 홍류동 단풍은 붉은 빛을 띤다. 계곡물도 점차 붉어진다.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바람 한 점이 얼굴에 닿는다.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온 솔향이 상큼하다. 진한 피톤치드가 마음을 치유한다.

홍류동에 분 바람이 깊어진 가을을 알린다. 단풍나무와 고로쇠나무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한다. 녹음을 유지하던 엽록소를 서서히 지우고 있다. 색을 바꾼 붉은 잎은 가을의 마술이다. 10월의 가을빛이 눈부시다.

유혹을 떨치고 청주로 향한다. 물 따라 흘러간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취재후기-해인사와 팔만대장경

홍류동 계곡의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그림 속 풍경에 들어온 기분이다. 계곡길 따라 걸으며 새들과 눈인사를 한다. 어느덧 해인사 입구에 다다른다.

해인사는 법보사찰이다. 유네스코 등재 팔만대장경을 봉안하고 있다. 진입부가 일주문을 거쳐 봉황문과 불이문 등으로 연달아 배열돼 있다. 일주문에서 봉황문에 이르는 길 양 쪽으로 키 큰 소나무들이 도열한다.

봉황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국사단이 있다. 가람을 수호하는 국사대신을 모신다. 인간세상을 손바닥 보듯이 하는 신이다. 해인사에 재앙을 없애고 복을 내린다. 그 옆으로 불이문으로 오르는 계단이 길게 이어진다.

계단을 오르면 대적광전을 만날 수 있다. 대적광전은 화엄종 최고의 부처인 비로자나불을 모시고 있다. 뒤편의 가파른 계단 위로 높은 건물이 하나 있다. 이곳이 바로 팔만대장경판을 보관하는 장경판전 영역이다.

팔만대장경은 8만1천350판의 목판으로 돼 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법과 주석서가 새겨져 있다. 가로 길이 약 70cm, 세로 길이 약 24cm. 무게는 약 3.25kg이다. 글자는 목판 양면에 돋을새김(양각)이다.

약 240여연 동안 3차에 걸쳐 판각됐다. 고려의 불교문화 융성의 정신적 지주였다. 인쇄문화와 기록문화 발전에도 공헌했다. 이런 가치로 장경판전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됐다. 그리고 장경판은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됐다.

팔만대장경이 간행된 지 자그마치 1천년이 됐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난 2011년은 팔만대장경이 아니라 고려대장경이 제작된 지 1천년이 되는 해였다. 1011년 대장경을 제작하기 시작해 1087년 초조대장경이 완성됐다.

하지만 1232년 몽골군의 침입으로 불타 버렸다. 현재의 팔만대장경은 1236년 새로 제작에 들어가 1251년 완성됐다. 판들을 차곡차곡 쌓으면 높이가 약 3천200m라고 한다. 백두산(2.744m)보다 높다.

팔만대장경은 역사와 문화적으로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과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세계의 인쇄술과 출판물 발전을 가져왔다. 양 때문이 아니다. 목판 하나하나의 판각수준이 아름답고 뛰어나다. 한 명의 숙련공이 새긴 것 같은 일정함은 신비다.

팔만대장경은 천년의 신비다. 선조들이 남긴 지혜의 산물이다. 지금까지 1천년은 앞으로 2천년, 3천년으로 이어져야 한다. 다행히도 올해는 팔만대장경이 해인사의 가을을 깨웠다.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이 4년 만에 열리고 있다.

해인사 경내에도 오색빛깔이 들어선다. 성큼 다가온 가을이 절집을 물들이고 있다. 해인사가 가을빛으로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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