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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클린마운틴 제(88)차 경주남산 취재후기

작성자버들|작성시간17.11.20|조회수82 목록 댓글 0

88차 충북일보 클린마운틴 - 경주 남산

편집자

11월 88차 충북일보클린마운틴 아카데미는 역사탐방으로 진행됐다. 2017년 11월18일 경주 남산을 찾았다. 늦가을 찬바람을 타고 천 년 전 신라 속으로 들어가 봤다. 수많은 돌탑과 돌부처를 만나 시간여행을 즐겼다. 하룻길 여정이 짧기만 했다.

경주 남산엔 '불국토의 염원'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쉰다. 서라벌의 진산으로 신라의 '노천박물관'이다.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면 역사박물관이다. 돌탑과 돌부처, 절터와 왕릉 등 문화유적이 즐비하다. 용장사지 삼층석탑이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인다.

[충북일보] 곧 숲길로 들어선다. 들머리는 서남산 주차장 앞 삼릉(사적 제219호)이다. 사진작가들이 사계절 즐겨 찾는 장소다.

솔 숲 한 가운데로 들어선다. 아늑한 데크가 한동안 이어진다. 바람에 몸을 맡긴다. 소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는다. 굽은 나무도 있다. 솟아오른 삼릉이 아름답다. 봉분의 곡선과 소나무의 직선이 조화롭다.

삼릉계곡 석조여래좌상, 얼굴은 잃었지만 자태가 당당하다.

개울을 따라 계곡을 오른다. 머리가 떨어져 나간 돌부처가 보인다. 몸통만으로 결가부좌를 틀고 있다. 무두 석조여래좌상이다. 손과 발도 조금씩 부서져 나가 안타깝다. 그래도 그 모습이 너무나도 의연하다.

지난 1994년 땅속에 묻혀 있다가 발견됐다. 보존 상태가 아주 좋다. 불상에 새겨진 옷 주름까지 생생하다. 비단결 같은 질감이 느껴진다. 오랜 세월 사람 손을 타지 않아서다. 목 없는 돌부처를 두고 산길을 좀 더 오른다.

한쪽에서 마애관음보살상(지방유형문화재 제19호)이 예술성을 자랑한다. 뾰족한 바위기둥에 돋을새김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신앙과 예술의 조화를 보여준다. 자연에 거스름이 없다. 신라 천년의 속살을 보는 듯하다.

개울 건너 산길을 더 오른다. 선각육존불(지방유형문화재 제21호)을 만난다. 높이 4m와 폭 7m 정도의 커다란 바위 면에 새겨진 불상이다. 석가모니 삼존불과 아미타 삼존불 등 두 폭의 선각 그림이 새겨져 있다.
바윗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간다. 다시 석가여래좌상(지방유형문화재 제159호)이 반긴다. 높이 10m의 바위벽에 새겨져 있다. 몸체는 선으로 그은 듯 새겨져 있다. 얼굴은 돋을새김을 했다. 여래좌상 옆의 바위 '부부바위'도 눈길을 끈다.

개울 건너 30m의 바위 절벽 면에 선각마애불이 눈에 띈다. 얼굴 부분만 새겨져 있다. 바위 속에 숨어 있는 부처다. 마애불을 뒤로 하고 가파른 산길을 이어간다. 염불소리를 따라 힘들게 올라가니 상선암이다.

남산에는 절보다 절터가 훨씬 더 많다. 상선암은 남산에 남은 몇 안 되는 암자다. 남산 기슭 한쪽에 조용히 깃들어 있다. 바둑바위를 지나 상사바위 전망대에 다다른다. 능선 길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하니 금오봉 정상이다.

서라벌 들녘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라 천년의 영화와 쇠락을 보여준다. 석불과 석탑의 이미지와 오버랩 된다. 물론 남산의 최고봉은 고위봉이다. 하지만 금오봉이 여전히 중심이다. 남산을 금오산이라고도 부르는 까닭도 여기 있다.

금오봉을 내려오면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따라 조금 더 내려간다.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가면 용장사지 삼층석탑을 만날 수 있다, 그대로 직진하면 칠불암을 거쳐 고위봉으로 갈 수 있다. 이른바 남산 종주 산행 코스다.

원반 모양의 세 돌받침 위에 부처가 모셔져 있다.

여기서 탐사대가 두 패로 갈렸다. 한 패는 용장사지를 거쳐 용장마을로 내려가기로 했다. 다른 한 패는 칠불암을 거쳐 고위봉으로 가기로 했다. 각각 두 패로 나눠 남산의 보물창고 탐사를 이어나갔다.

용장사지는 매월당 김시습의 은둔 장소로 유명하다.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金鰲神話) 집필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용장사는 흔적도 없다. 빈터에는 삼층석탑과 삼륜대좌불, 마애불만이 남아 있다.

4.5m의 석탑 바로 아래는 아찔한 절벽이다. 깊은 계곡이다. 삼층석탑은 마치 수미산 꼭대기에 탑을 세운 듯하다. 계곡 아래서 보면 하늘에 떠 있는 것 같다. 하늘로 오르고자 했던 신라인들의 모습이 투영된다.

칠불암에 가면 커다란 병풍바위에 돋움새김으로 서 있는 석가삼존불을 볼 수 있다. 바로 앞 사각의 커다란 바위 덩어리 4면에 각각 사방불이 새겨져 있다. 칠불암 삼존불은 남산에 있는 수많은 석불과 마애불 중 유일한 국보다.

고위봉으로 내쳐 간다. 정상의 매력은 그리 크지 않다. 이무능선을 타고 용장마을로 내려온다. 발걸음이 더디다. 돌부처들이 머물다 가라고 손짓한다. 자꾸 뒤를 돌아본다. 용장사지 삼층석탑이 까마득히 보인다.

취재후기 - 경주남산 더 알아보기

경주 남산은 시간여행하기에 딱 좋다. 마음으로 시간을 옮겨 다니기에 정말 좋은 장소다. 천년의 세월을 시기별로 골라 다닐 수 있다. 신라의 시작과 끝을 엿볼 수 있다. 시간대별로 역사를 아우를 수 있다.

경주 남산엔 원형이 잘 보존된 유산이 많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많은 걸 보게 된다. 유물과 유적 하나하나가 관광자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석불과 석탑 모두가 역사교육자료로 기능을 제대로 한다.

경주 남산의 주봉은 금오봉(金鰲峰, 468m)이다. 해발 고도가 더 높은 고위봉(高位峰, 494m)이 보좌하는 형상이다. 두 봉을 중심으로 동서 4㎞, 남북 10㎞의 타원형이다. 신라 고도 서라벌의 진산(鎭山)이다.

경주 남산엔 '불국토의 염원'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쉰다. 신라 천년 역사와 관련된 '노천박물관'이다. 능선과 골짜기에 절터 147곳, 불상 118기, 탑 96기, 석등 22기, 연화대 19점이 남아 있다. 왕릉도 13기나 된다. 산성 터는 4곳이다.

경주 남산의 문화유적의 수는 모두 672개다. 칠불암 마애불상군은 국보 312호다.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용장사지 삼층석탑 등 보물급 문화재도 13점이다. 경주 남산 자체가 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경주 남산에는 40여 개의 골짜기가 있다. 답사코스도 70여 개나 된다. 그 중 삼릉을 답사하고 금오봉을 오르는 게 좋다. 삼릉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여러 불상들을 볼 수 있다. 내려가는 길에 용장사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다.

남산에는 많은 불상과 불탑들이 남아 있다. 길목마다 불상이 있다. 길 끝엔 어김없이 불탑이 서 있다. 삼국시대부터 고려 초기까지 불상을 시대별로 만날 수 있다. 물론 보존 상태가 좋은 것부터 나쁜 것까지 다양하다.

경주 남산 유적은 대부분 석불과 석탑이다. 석불 중에는 마애불(磨崖佛)이 많다. 남산에 질 좋은 화강암이 많은 덕이다. 불교 전래 이전부터 이어진 바위 신앙도 한몫했다. 불교와 전통의 기복신앙이 만든 작품이다.

세계사에서 천 년의 역사를 누린 나라는 많지 않다. 세계사적으로 신라와 로마 밖에 없다. 경주 남산은 신라의 시작과 끝이다. 박혁거세가 탄생한 나정(蘿井)은 남산에 있다. 경애왕이 숨을 거둔 포석정 역시 남산에 있다.

경주 남산은 섣불리 설명하기 어렵다. 바위 하나가 그저 돌이 아니다. 곳곳에 불보살이 숨어 있다. 벼랑 끝 직벽에도 설명이 어려운 신성이 깃들어 있다. 말(言)로 다하기 어렵고 글로 다 적기 어려운 산이다.

경주 남산은 천 년 불사의 땅이다. 부처님을 모르면 남산을 알기 어렵다. 천 년의 이야기를 설명할 수 없다. 부처님의 글을 깨치고 마음을 알아야 한다. 그 길밖에 없다. 인생은 '기필코' 되는 게 아니다.
글, 사진: 함우석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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