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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차 충북일보클린마운틴-경남 창녕 우포늪, 요정이 살 것 같은 공간

작성자버들|작성시간18.11.19|조회수93 목록 댓글 0

 

98차 충북일보클린마운틴-경남 창녕 우포늪, 요정이 살 것 같은 공간

 

  • 웹출고시간2018.11.18 16:06:56
  • 최종수정2018.11.18 16:06:56

숨죽은 물풀들이 바람에 몸을 맡긴다. 새들의 울음소리가 모든 걸 압도한다. 적막한 우포늪 둘레를 살포시 흔든다. 청둥오리들이 터줏대감 노릇을 한다. 무리로 하는 원앙의 군무가 아름답다. 우포늪엔 늘 청각을 깨우는 힘이 있다. 이방인에게 더없이 신기한 풍경이다.

[충북일보] 늦가을이다. 억새와 갈대가 춤을 춘다. 수생식물들은 시들거나 저물었다. 초록을 거두고 갈색 빛을 띤다. 약동에서 침잠으로 몽환적이다. 곧 다가올 겨울 준비로 침착하다. 이채로운 풍경이다.

우포늪이 내향적 색깔로 채색한다. 자연의 색과 향기, 소리가 감미롭다. 물은 좀 탁하다. 갯벌 느낌이 난다. 가시연꽃과 마름 등의 수초지대가 신비롭다. 철새 무리의 소란스러움마저 정겹다. 요정이 나올 것 같은 원시림이 많다.

98차 충북일보클린마운틴 단체사진

98차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17일 경남 창녕 우포늪 둘레길에서 열렸다. 클린마운틴 회원들이 오전 9시40분 우포늪생태관에 도착했다. 기념촬영을 간단히 마치고 생태탐사에 나섰다.

탐방로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라진다. 물론 왼쪽이나 오른쪽 아무 방향이나 다 좋다. 생명길 구간은 오른쪽이다. 대대제방 쪽으로 가면 된다. 대대제방 길은 총 1.4㎞다. 제방 아래 우포(소벌)가 끝없이 펼쳐진다.

클마 회원들이 우포늪 생태관 건물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간다. 쭉 걸어가면 생명길이 시작된다. 오른쪽으로 400m 지점에 첫 번째 이정표가 나온다. 비포장도로가 쭉 이어진다. 얼마 안 돼 우포늪 표지석과 마주한다.

우포늪에 사는 새들

대대제방길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오른쪽에 양파 밭이 넓게 펼쳐진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아직 남은 가을꽃들이 늦게까지 반겨준다. 억새와 갈대가 제빛을 내고 있다. 회원들에게 억새와 갈대를 구분하는 법을 알려준다.

단순한 지식 자랑에 회원들이 웃는다. 기분이 좋아진다. 대대제방이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간다. 잠수교다. 창녕읍을 지나온 토평천이 우포늪으로 유입되는 장소다. 수생식물의 종 다양성이 풍부하다.

잠수교 표지판이 보인다. 사지포제방 쪽으로 향한다. 우포늪과 사지포를 나누는 제방이다. 철새들을 한 참 동안 살펴본다. 소목제방 쪽으로 이어간다. 태고의 자연 늪이 온전히 보존돼 있다. 수문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 본다.

사랑나무

우포늪 가까이 서니 습지 냄새가 확 풍긴다. 수문 오른쪽으로 작은 오솔길이 나 있다. 물론 지금은 잘 이용하지 않는 길이다. 하지만 가을과 겨울 우포늪을 아주 가까이서 경험 할 수 있다. 신비로운 구간이다.

이 길로 들기 전엔 고민해야 한다. 길 끝에 숲탐방로로 가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을 걷는 재미 또한 크다. 클마 회원들은 숲길을 따르기로 한다. 약간의 경사를 따라 올라간다. 가풀막지지 않아 편안하다.

곳곳에 이정표가 친절하게 서 있다. 길 잃을 염려가 없다. 가다 보니 균형 잡힌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사랑나무다. 생김새가 예쁘고 우아하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회원들이 사진 찍기 경쟁을 벌인다. 사랑에 대한 갈망은 나이불문인가 보다.

소목나루터 거룻배

주변을 정리하고 다시 걷는다. 소목나루터에 당도한다. 영화촬영장소란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거룻배가 여러 척 있다. 우포늪에서 고기잡이를 하는데 사용하는 쪽배다. 긴 장대를 이용해 밀면서 가는 작은 배다. 하지만 배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길은 다시 두 갈래로 나뉜다. 클마 회원들이 걷고 있는 생명길은 왼쪽이다. 숲탐방로 3길로 드는 길이다. 오른쪽 길을 통해 크게 한 바퀴 돌아갈 수도 있다. 물론 약 2㎞ 정도를 더 걸어야 한다. 회원들 몇 명이 그렇게 걸었다.

여러 번의 쉼터를 거쳐 2전망대에 닿는다. 우포늪의 전경을 볼 수 있다. 전망대에 서면 우선 풍경이 압권이다. 우포늪의 조류와 수생식물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 205호인 노랑부리저어새도 볼 수 있다.

징검다리

주매제방 쉼터에서 점심을 먹는다. 부지런한 회원들의 점심 마련에 즐겁다. 생태관을 출발한 지 두 시간 반 만에 징검다리에 닿는다. 물이 불면 통제하는 곳이다. 고민 없이 징검다리를 건넌다. 징검다리 풍경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물가로 왕버드나무가 줄을 선다. 원시림 풍경이 신비롭다. 요정의 출연을 예고한다. 회원들의 사진 찍기가 다시 이어진다. 좀 더 가니 억새와 갈대가 숲을 이룬다. 저 멀리 연노란 왕버드나무에서 단풍이 곱게 물든다.

관찰대에 올라 우포늪을 다시 본다. 걸으며 본 느낌과 사뭇 다르다. 끝을 향에 간다. 아니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간다. 1전망대 계단을 오른다. 가쁜 숨을 내쉬며 오른다. 마침내 제대로 된 우포늪이 보인다.

오후 2시 우포늪 둘레길 걷기를 마친다. 우포늪이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인간의 욕망을 감당하고 있는 우포가 위대하다. "우포늪아 고맙다."

/ 글·사진=함우석 주필

<취재후기> 우포늪을 국립공원으로

우포늪은 1998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국내 최대의 자연 늪이다. 소벌(우포늪), 나무벌(목포늪), 모래벌(사지포), 쪽지벌 등 4개의 크고 작은 늪이 있다. 보통 이 4개의 늪을 모두 합쳐 우포늪으로 부른다.

우포늪은 생태의 보고다. 늪가에, 늪 위에, 늪 속에 수많은 생명이 살아간다. 우포늪의 존재만으로도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자그마치 천여 종에 달하는 동식물이 분포한다. 크기도 축구장 210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늪가로 둘레길이 생태환경을 해치지 않고 따라간다. 걸어서 혹은 자전거로 우포늪의 모두를 둘러볼 수 있다. 우포늪 생태관을 비롯해, 우포늪 생태체험장, 우포생태촌, 산토끼 노래동산, 잠자리 나라 등 체험공간도 다양하다.

과거 우포늪은 참 보잘 것 없었다. 무척이나 괄시받았다.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다. 툭하면 공장이나 농경지 조성 후보 부지로 거론됐다. 생활 쓰레기가 묻히는 일반적인 장소였다.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서려다 중단되기도 했다.

1998년 정부가 나섰다. 보호구역 내 사유지 20만 평을 사들였다. 이때부터 우포늪의 생태와 경관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생태 보존에 발 벗고 나선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 덕에 우포늪은 국내 최대의 생태공원이 됐다.

우포늪은 이제 생태 천국 우포로의 비전을 달성하는 새로운 옷을 입게 됐다. 국내 생태관광 1번지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2월 한국형 생태관광 10대 모델 사업 '내륙 습지' 분야에 선정됐다. 일종의 지역별 특성을 살린 모델 발굴이다.

아무튼 이 사업은 우포늪을 찾는 탐방객들에게 우포늪의 생태학적 가치를 제대로 알릴 수 있게 했다. 세계자연유산에 등재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때마침 지난달 25일 경남 창녕이 람사르 습지도시에 선정됐다.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지 20년 만이다.

우포늪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1억4천만 년의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당연히 생태자원 보존·복원에 비중을 둬야 한다. 주민들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길 원하고 있다. 국립공원 지정은 우포늪을 알리고 보존하는 좋은 방법이다.

자연은 "나를 제발 가만히 내버려둬!"라고 외친다. 하지만 사람의 귀는 이 소리를 듣지 못한다. 걸핏하면 파고 묻고, 찢는다. 이제 사람들이 자연이 외치는 들어야 한다. 사람이 낸 상처를 치료해줘야 한다,

우포늪 오솔길로 늪의 향이 번진다. 비릿하고 축축하고 퀴퀴하다. 늪의 원초적 향이 번진다. 늪가 억새와 줄풀, 창포와 마름이 내는 냄새다. 물 위나 물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각자의 갈망으로 생명을 지속한다.

늪은 명백한 생명의 전당이다. 물과 태양과 땅의 조화가 있어야 살 수 있다. 늪가와 늪 안의 생명들은 모두 굳건히 연결돼 있다. 겉으로 보기에 고요하지만 실상은 소란스럽다. 생명들의 소용돌이로 들끓는다.

우포늪으로 가 생명의 숲을 보라. 생성과 생동과 창의의 도가니다. 질척한 욕망을 내려놓고 생명의 귀함을 알게 된다. 물풀이 사는 의미를 내 가슴에도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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