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임준빈
세월호!
세월 따라 그냥 흘러갔었으련만
왜 여린 꽃송이들을 무참히 꺾어버렸을까.
이름도 개떡같은 세월호, 흐르는 세월 닮은 세월호
역시 양심도 없고 기다림도 없었다
가는 바람에도 흔들리며 가슴 감추는 가녀린 새순들
짠물에 절여 파도의 무덤가에 묻던 그 날
아, 갈매기는 그 또한 가던 길 멈추고
얼마나 서럽게 울어댔을까
나는 바다 한 가운데 무섬타지 않는 짐승
이젠 정말 바다가 무섭다
흐드러진 동백꽃도 청춘을 버리고 흙을 파서 몸을 묻는 요즘
낙화의 무너지는 흐느낌이
저 찬 바다에 누워 울어대는 어느 소녀의 슬픈 눈동자
화단가 널브러진 꽃잎에
차마 등을 대고 흐느낄 수 없어
한 잔의 소주잔에, 통곡의 밤을 담아
독약처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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