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임준빈
태생부터가 바닥 인생이다
해저 바닥에 납작 엎드려
한 평생, 물심을 지고 살아간다.
생애에 단 한번
해수면으로 떠오르는 그날이
어부에 잡혀 죽는 날이다
눈은 작지만 천리를 보았고
꿈은 있었으나 가슴에 묻었다.
고생한 사람이 사람 냄새가 나듯
내가 뭉개지는 그날은 아마도
당신의 입과 코 그리고 심장을 찌를 것이다
사람들아,
잔인한 사람들아!
평생을 바닥에서 살아온 손님을
또 한 번 죽이고 삭혀
우리는 그 맛을 소주에 저며 즐긴다.
죽는 그 순간까지도
저 분은 바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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