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살아가야 하는 이유
임준빈
나에겐 유년시절부터 내 무덤 끝까지
그리운 사람 있어
산 넘고 넘어 찾아 나섰네
세상 일 거들다가
때론 맘에 안 맞아 이방인처럼 살았네
찾을 길 없다는 걸 알고
몇 번이고 독약 탄 그리움을 마셨네.
죽으려고 찾아온 섬에서
시(詩)라는 예쁜 놈을 만나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는데
이놈도 여자인지라 가슴 보여줄 듯 보여줄 듯 보여주지 않아
애간장만 태웠네
별빛 바닷가 술이 거나하게 취하고
바람 거세게 불어오던 날
파도에 휩쓸려갈 즈음
그 갯바위에 울 엄니 젖가슴 닮은 홍합이
내 발목을 부여잡았네
가슴 열어 자신을 끓는 물에 적시고
내 입에 넣어주니 그 희뿌연 홍합국물은 바로
어머니 젖국물 이었네
그 젖마시고 정신 차린 뒤
지금껏 섬에 묻혀 살았네
그 젖국물 홍합이 야밤엔 가슴 열어 제치는데
하늘의 별들은 왜 그리 마구 쏟아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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