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임준빈
나무에도 뿌리가 있듯이
어머니의 슬픔에도 눈물의 뿌리가 있을 것이다
온 생애를 걸고, 하루 출장을 내서
그 바닥에 들어가 보고 싶다
바위 속 안에 들어가
침묵의 바닥을 만져보고 싶고
들꽃에게로 다가가 흔들림의 바닥에 누워
하루를 마시다 오고 싶다
낮은 자세로, 낮은 자세로
자신을 낮춘 바닥에 눈물 편지를 써놓고 오고 싶다
바닥에 내려가면
별들이 밤을 지새우며 흐느낀 자리
바람이 골몰하다 방황한 흔적
어느 슬픈 자의 손수건도 누릿누릿 걸려 있을 것이다
그 손수건에 코를 킁킁 대고
그 사람으로 적셔있다 오고 싶다
하늘을 찌르던 독수리의 부서진 날개가
화석처럼 돌 틈에 박혀있을 것이다
내가 태어날 때 당신의 살을 찢고 아파했던
어머니의 눈물이 바닥에 고여 있을 것이다
그 눈물에 나를 담그고 조용히 눈을 감다 오고 싶다
세상에서 내려갈 대로 내려가 본 바닥의 바닥
그 뿌리가 존재하는 법
바다의 바닥, 하늘의 바닥, 분노의 바닥까지 들여다보고 싶다.
기뻐하는 네가 기쁜 것이 아니다
슬퍼하는 네가 슬픈 것이 아니다
그 아래 내려가 바닥을 안아주어라
바닥에는
수천 년 내려온 눈물 가루가 침전 돼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바닥에서 싹을 틔웠고 일어섰을 것이다
바닥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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