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임준빈
당신은 이미
먼 산이었습니다
마을이 그리워 내려온 산 그림자가 지기도 전에
훌쩍 떠나버린
내 삶에 가장 그리웠던
친구였습니다
봄이면 라일락 꽃향기로 나를 흔들고
여름이면 푸르른 심장으로 내 맘을 저미고
가을이면 풍성한 사과빛 얼굴로 나를 감싸고
겨울이면 첫눈 같은
첫사랑이었습니다
사계절 온통 그대였습니다
그러나 향기로운 당신은, 이미
내가 태어날 때부터
남이었습니다
흔들리는 나뭇가지 뒤돌아보지 않는 새처럼
아주 먼 나라 고운 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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