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상념
가을 숲에 자신의 몸을 묻어 본 적이 있는가
새벽 이슬에 채인 들국화 한 송이에 눈을 맞춰 본 적이 있는가
살아가는 것이 눈물 아닌 눈물이라고 후회해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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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외딴 섬 흑염소 키우다 어미 젖을 빠는 아가염소의 눈망울에 붉은 노을이 춤추고
고즈넉한 무지개가 피어나는 것을
추운 겨울 산 기슭에 피어 있는 눈꽃을 홀로, 긴 사슴의 목처럼 서서 바라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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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을 나보다 더 그윽한 눈빛으로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사랑 보다 그리움이 그리움 보다 이별이 더 아프다고 생각해 몸져 누워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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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도 있는가
가을을 눈으로 보지 않고 가슴으로 바라보는 것
기억하라, 자연은 우리를 성숙하게 한다는 것을, 사람을 더욱 사람 답게 자신의 품으로 안아준다는 것을.
*詩:임준빈*
낭송/슬픈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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