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한 톨의 예찬
임준빈
쌀 한 톨을 손바닥에 얹어놓았다
한여름 가뭄밭을 딛고 일어선 들숨이 빼곡하고
태풍에 그슬린 상처가 윤기로 흘러
올곧게 살아온 삶이 탱글탱글하다
입김을 주면 온기 받아, 금방이라도 푸른 싹을 틔울 것만 같다
한 생을 건너온 고단함, 맑게 씻어 한 올 혼을 품고
거룩한 슬픔은 저녁노을로 타고 있다
농부의 이마에 비친 땀방울의 눈물이 화석으로 괸
동골동골한 울안에서
비바람의 때늦은 미안함과 후회 울부짖는 고해성사를 들었다
땅이 밀어올린 어머니 품속 같은 감사와 기도의 침묵이 흐르고
천둥 번개로 일그러진 깜부기에 스잔한 애환이 묻어있는
생과 사의 잔해, 그리고 분노의 슬픔을 만졌다
가만가만 들여다 보니 쌀 한 톨에 지구가 들어있다
나는 지금 쌀 한 톨에 손끝을 대어본다
그 안에 나도 고스란히 누워있었다
간지럽도록 꿈틀거린다
언젠가 우리들의 목을 타고 들어가
또 다른 우리들을 만날 것이다.
짐짓, 쌀 한 톨에 벌거벗은 지구를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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