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
임준빈
열번 잘 하다가도
한번 실수하여
허덕이는 사람의 허물을
대신 뒤집어 쓸 줄 아는 사람
잔잔한 강물 보다
거센 바다를 사모하는 사람
천둥 번개만 맞다가도
짠한 햇살 드리우면
감사의 손을 모을 수 있는 사람
우직한 느티나무로 서서
그늘이 되어 주는 사람
장미 보다
그늘에 핀 제비꽃에
눈길이 더 가는 사람
이성의 관계 보다
동성의 상대에게
더 귀 기울이는 사람
말을 잘 하는 사람 보다
말을 잘 들어 주는 사람
물질 보다
마음에 더 비중을 두는 사람
갯바위 들이치는
파도의 서러운 가슴에 다가가
살포시 언어가 되어주는 사람
바닷가 외로운 갈매기 설움 달래
절벽에 핀 풍란처럼
파도의 울음 섞인 향기 매운 사람
화려한 꽃 같은 삶 보다
추녀 밑에 풍경이 되어 우는 사람
만남의 셀렘 보다
이별의 아쉬움에
더 몸 둘 바를 모르는 사람
가난해도
허름한 식당에 가서
보리밥과 칼국수를 수시로 사는 사람
시 속에 녹아 있는
어머니 젖을 물고
가슴에 파묻혀
밤새 울어 본 사람
시를 사랑해 주는 사람
빈틈을 보이는 사람
아, 바보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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