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가을 뜨락에 놓인 꽃나무에
붉은 나비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여린 손들이 다가가 송이송이 안아서
열 손가락에
자신의 흰 속살과 꽃잎을 섞어
하룻밤을 자고 나면
저민 손끝에 가장 그리운 사람의
붉은 눈물이 고스란이 박혀
날이 가면 갈수록
미소로 번지는 순정
어릴 적 누이의 꽃물 든 손톱 끝을
지금까지도 가슴에 아련히 묻어놓고
이맘때면 자꾸만 눈에 어리어
그 꽃나무 곁에 가서
무릎을 낮추고 몸을 다스린 뒤
가끔 눈물로 꺼내본다.
-임준빈의 시작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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