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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砂丘) 현상 - 임준빈
바다는,
갯바위와 산을 조금씩 허물어
예쁜 피부를 드러내는 얄궂은 공주다
그러나 지금, 바닷길을 걸어 보라
고운 피부로 은빛 모래알을 펼쳐놓은 그 자리에
작은 돌들이 돌출되어 바다는 검버섯처럼 드러내고
심지어 암덩이같은 자갈이 모래사장 위를 비집고 나온다.
인간들이 욕심을 채우느라 해변가에 바짝 건물을 지어
바다는 지금, 제살을 깎아먹으며 아프다고 아우성이다
파도소리가 더 거칠어지고 해일이 이는 것은
아마도 이처럼 인간들의 욕심에서 비롯된 현상이 아닐까
지금 유명 해수욕장에 건물 값이 내려간다 한다.
모래사장 위에 자갈이 나오기 때문에
해수욕장으로써의 면모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일어날 것이다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인간들이 바다를 괴롭힌 만큼
해일이나 폭풍이 일어나
해변가에 세워진 건물에게 집채 보다 더 큰 파도와 칼날을 세워
응징으로 뒤덮을 날이...........
그래서 바다는 제 가슴팍 드러내고
한 번도 빠짐없이
하루에 두 번 울고 가는지 모른다.
이 세상에서
인간들 보다 더 미련한 것은 없다
인간들 보다 더 바보 천치는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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