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대란 나이
숲길, 이슬에 촉촉이 젖은
들국화 꽃잎 같은 나이
아들이 여자친구 만난다며
여느 때보다
용돈을 크게 달라해도
수긍해야 하는 나이
희망이란 단어 보다는
침묵이라는 단어에
조금은 친숙해지고 싶고
절망이라는 단어에 동정이 가는 나이
바람 부는 날 보다는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가 착해 보이는 나이
봄, 여름 보다는
가을, 겨울이 더 정겨워 보이는 나이
예쁜 여자 보다는
편한 여자가 더 기대되며
가까이에서 챙겨주는 눈빛이
한없이 감사한 나이
웃는 날 보다는
뒤란에서 혼자
사색에 잠기는 날이 길어지는 나이
아내가 화를 좀 버럭내도
그런가보다 못이기는 척 들어주는 나이.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나며
오늘처럼 어느 슬픈 사연이 바다를 울리는 날엔
감당하기 힘들어 무리진 들국화 꽃잎 뒤에서
훌쩍훌쩍 울어보는 나이.
저녁의 나이
바로 그 나이.
-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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