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뒤척이다가
겨우 잠시 눈 붙여 토끼잠을 잔 다음
7시에 일어나
늦게 시작한 하루,
실습 아흐레째 일정을 헤쳐나가는 동안
살아간다는 것과 살아있다는 것,
저 삶의 두 얼굴을 보았다.
자기 의지로 삶을 꾸려가는 것이 ‘살아간다’는 것이라면
살아있으니 ‘살아갈 뿐’인 삶도 있는데
문득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끌려다니며 살아가는 것도 있다는 사실,
그것을 두고 ‘살아낸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요양시설에 그 어떤 기대나 전망도 없이
그저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시간과
자신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단지 ‘살아있는’ 사람들을 본다.
저들의 눈동자, 몸짓, 말, 그리고 모든 비언어적인 자기표현에서도
의미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고
단지 과거의 흔적만 드러날 뿐인데
그들의 삶에 붙일 수 있는 유일한 이름은
‘존재’라는 것,
존재하기 때문에 생명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그 어떤 의지도 목적도 계획도 없이 존재하는
원초적 존재에 가까운 원자의 모습을 본다.
원자 너머에 있는 입자의 세계도
그들 안에 틀림없이 존재한다는 것을 헤아리면
저들의 ‘존재함’이 양자적 현상은 아니겠느냐고 중얼거리는 순간
그저 먹고 소리 내고 움직이고 싸는 것이 전부인 저 삶 역시
‘살아있음’의 고귀함이 조금은 보인다.
물론 아직 나는 저들의 ‘살아있음’을
숭고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 어떤 인식체계도 갖추지 못했으니
저들의 삶을 두고 그 어떤 규정도 할 수 없다.
단지 지켜볼 뿐,
그렇게 저 ‘숭고한 살아있음’에
한 발 더 다가선 오늘,
실습의 끝을 하루 앞둔 자리에서 느끼는 홀가분함 너머에서
뭉게구름처럼 꾸역꾸역 밀려 올라오는
실체 분명하지 않지만
틀림없이 힘과 무게와 방향까지 지닌
‘벡터적 존재’라는 것까지는 만질 수 있었던
내 안에서 비로소 의미가 되어 살아나는
저 앞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의
그저 단지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일’이라고 하는 것,
피곤한 몸으로 돌아왔지만
무엇인가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도
손 뻗어 휘저으면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는 안타까움,
엊저녁 잠을 설친 이유가 그것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나니
오늘 밤 또한 잠을 푹 잘 수는 없겠지만
그렇거나 말거나 습관처럼 자리에 누우며 마감하는
생각 많았던 하루.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