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페셜] 한국 해군, 독자 이지스 시대 열다 - KDDX 사업 본격화, 한화오션 우선협상대상자
• 7조 8000억 규모 단일 방산 사업 역대 최대 / 한화오션, 보안감점으로 역전승
• 경하 7100t·만재 약 8000t - 알레이 버크급과 동급, 정조대왕함보다 작지만 뛰어난 독자 전투체계 장착
• 완전 국산 통합마스트·전투체계·무장체계 - 미국 이지스 의존 탈피 선언
• KF-21과 함께 '육해공 자주국방'의 해양 기둥 완성
2026년 6월 12일 KMW Weekly
12일 방위사업청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다고 통보했다. 총사업비 7조 8000억 원, 6000t급 이지스급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이 프로젝트는 단일 방산 사업으로 국내 역대 최대 규모다.
결과는 석연치 않은 점을 남겼다. 기술 점수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을 0.6점 앞섰다. 그러나 2013년 군사기밀 촬영·유출 혐의로 2023년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발목을 잡았다. 올해 12월까지 적용되는 보안 감점 1.2점이 최종 점수를 뒤집었다. HD현대중공업은 디브리핑을 통해 세부 평가 근거를 재확인할 방침이나, 법원이 이미 보안감점 연장 적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만큼 결과 번복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수주 과정이 그렇다 해도 한화오션의 역량을 수치 게임으로만 볼 수는 없다. 한화오션은 KDDX 이전 단계인 KDX 구축함 전 라인업(KDX-Ⅰ 광개토대왕함·을지문덕함·양만춘함, KDX-Ⅱ 충무공이순신함·대조영함·강감찬함, KDX-Ⅲ 율곡이이함)을 모두 건조한 유일한 조선사다. 개념설계 단계부터 KDDX의 초기 방향성에 깊이 관여했고, 잠수함과 고난도 특수선에서 축적한 기술력이 이번 평가의 실질적 토대였다.
방위사업청은 다음 달 초 최종 확정, 7월 말까지 본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도함 인도 예정은 2032년 말이다.
● 왜 지금, 왜 KDDX인가 - 2년의 표류와 재개
KDDX 사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당초 2024년 상세설계 착수가 예정돼 있었으나 양사 간 경쟁이 극도로 과열되며 약 2년간 표류했다. 한화오션은 개념설계,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각각 분담해온 구조에서 상세설계 수주권을 둘러싼 이해충돌이 첨예화됐고, 지난해 말 경쟁입찰 방식이 확정되면서 사업이 가까스로 재개됐다. 2032년 선도함 인도라는 목표를 지키려면 지금 당장 설계 공정을 전속 추진해야 한다.
● KDDX 함정 규모 - '6000t급'의 실체
공식 사업명에 '6000t급'이 붙지만, 이는 기준배수량 기준이다. KDDX는 경하 배수량 7100t급 함정이며, 만재배수량은 약 8000t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만재 8000t 후반에서 9000t에 근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함정 규모의 실체는 주변국 동급 함정과 비교할 때 더 명확해진다.
한국 해군의 현역 최강 수상전투함인 정조대왕급(KDX-III Batch-II)은 만재배수량 1만 2000t으로 세종대왕급(1만 600t)보다 약 1400t 늘어난 규모다. KDDX가 만재 8000t 수준이라면 정조대왕함보다 약 4000t 작다. 미국 해군의 주력 알레이 버크급은 만재배수량 약 9217t, 전장 155~160m로 KDDX와 같은 체급 범주에 속한다. 96셀 수직발사관에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하며, 최신 Flight III는 SPY-6 레이더를 장착했다. 일본 마야급은 표준배수량 8200t, 만재 1만 250t, 전장 170m로 알레이 버크급보다 한 체급 위이며 미국 이지스 베이스라인 J7을 탑재한다. 중국의 055형(렌하이급)은 만재 1만 2000~1만 3000t, 전장 180m로, 미 해군도 구축함이 아닌 순양함 체급으로 분류할 만큼 거대하며 세계 최다인 112셀 VLS를 탑재하고 있다.
KDDX의 체급 자체는 알레이 버크급과 유사한 중형 구축함이다. 정조대왕함이나 마야급, 055형보다 작다. 그러나 KDDX가 역사적 전환점이 되는 이유는 배수량이 아니라, 이 함정에 탑재되는 전투 두뇌와 눈과 주먹이 처음으로 완전히 한국산이라는 사실이다.
● 생존성의 혁신 - 선체 스텔스와 통합마스트(I-MAST)
KDDX는 단순히 무장을 국산화한 함정이 아니다. 적의 탐지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선체 외형과 레이더 센서 자체를 스텔스 개념으로 처음부터 통합 설계했다.
첫 번째 무기는 RCS(레이더 반사 면적)를 극소화한 선체 구조다. 외벽 전체에 기하학적 경사면 설계를 적용해 적 레이더가 쏜 전파를 사방으로 분산시킨다. 만재 8000t급의 거대한 선체임에도 적 레이더 스크린에는 수십 톤짜리 소형 선박 수준으로 잡히게 되는 효과다. 레이더 반사뿐 아니라 소음과 열까지 최소화한 다층 스텔스 개념이 선체 설계 단계부터 반영돼 있다.
이 선체 스텔스의 완성이 한화시스템이 개발하는 통합마스트(I-MAST)다. 기존 군함들이 선체 곳곳에 돌출형 안테나와 레이더를 배치해 RCS를 높였던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다. KDDX는 S-밴드 및 X-밴드 듀얼밴드 AESA 레이더, 적외선 탐지 추적장비(IRST), 전자전 장비(EW), 위성통신 안테나를 하나의 매끄러운 평면형 탑 구조 안에 완전 통합했다. 돌출 구조물이 사라지며 전파 반사가 혁신적으로 줄었고, 360도 전 방향을 사각지대 없이 상시 감시하는 독자적인 눈이 확보된다.
S-밴드 레이더가 수백 킬로미터 밖의 항공기와 탄도미사일을 포착하고, X-밴드 레이더가 해면을 스치는 시스키밍 대함 미사일을 정밀 식별해 무장 유도를 담당한다. 센서가 마스트 내부에 보호되어 거친 해풍과 염분에서 격리된 채 내부 정비가 가능하다는 것도 실전 생존성 측면의 이점이다. 한화시스템은 울산급 호위함 Batch-III(FFX Batch-III)에 레이더와 IRST를 먼저 통합한 복합센서마스트를 적용해 핵심 기술의 실함 검증을 마쳤다. KDDX의 I-MAST는 여기서 한 단계 진화해 통신과 전자전 장비까지 100% 한 곳에 모은 완전 통합형 마스트의 완성형이다.
● 추진체계의 패러다임 전환 - IFEP, '속 스텔스'와 미래 확장성
외형과 센서로 겉을 숨겼다면, 함정의 심장은 소음과 신호를 지우는 내부 스텔스와 미래 무기 확장성을 책임진다. KDDX는 대한민국 대형 수상함 최초로 완전 통합전기추진체계(IFEP)를 채택했다. 가스터빈 발전기가 생산하는 전기만으로 추진 모터를 구동하는, 일종의 순수 전기 구동 메커니즘이다. 기계식 변속기와 샤프트를 통해 회전력을 전달하던 기존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IFEP가 가져오는 첫 번째 전략적 이점은 음향 스텔스다. 기계적 마찰 소음과 진동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적 잠수함의 소나 탐지망을 따돌리는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통해 배기열을 최소화함으로써 열추적 미사일에 대응하는 열 스텔스 성능도 동시에 충족한다. KDDX의 IFEP 설계는 GE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협력 체계 하에 개발됐으며, 영국 해군 타입 45 구축함에 검증된 IFEP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두 번째 이점은 미래 비대칭 무기와의 연결이다. IFEP가 구축하는 대용량 전력 인프라는 향후 막대한 순간 전력을 소모하는 레이저 요격 무기나 레일건이 개발됐을 때, 함정의 별도 구조 개조 없이 플러그인 방식으로 탑재·운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설계 단계부터 내장하고 있다. 알레이 버크급이나 마야급처럼 기계 추진 기반의 함정이 직면하는 근본적 한계를 KDDX는 처음부터 갖지 않는다는 의미다.
● 전투체계(CMS) - 국산 오픈 아키텍처, 이지스 종속 탈피
KDDX의 전투체계(Combat Management System)는 한화시스템이 국산 최초의 완전 개방형 아키텍처(Open Architecture) 구조로 개발한다. 기존 군함들은 특정 무장이나 레이더에 맞춰 전투체계가 일체형(폐쇄형)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무기 하나를 교체하려면 시스템 전체를 뜯어고쳐야 했고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다. 미국 이지스 시스템 기반의 함정은 성능 개량 시 미측의 동의와 소스코드 협의가 불가피한 구조였다.
KDDX의 오픈 아키텍처는 이 방정식을 바꾼다.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처럼 표준화된 공통운용환경(COE) 위에 대공전·대함전·대잠전·전자전 등 임무 기능이 독립 소프트웨어 모듈로 구성된다. 대공 성능을 개량할 때 다른 기능은 건드리지 않고 해당 모듈만 업데이트하면 된다. 표준 인터페이스를 준수하는 한 타사 국산 장비도 메인 전투체계에 완벽하게 통합된다. 가장 결정적인 함의는 미국의 승인 없이 국산 무장을 원하는 시점에 즉각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출 시장에서도 무기가 된다. 구매국이 원하는 무장을 고객 맞춤형으로 자유롭게 조합해줄 수 있어 해외 함정 수출에서 독보적 경쟁력이 된다.
한화시스템은 장보고-III 잠수함, KDX-III Batch-II 이지스함 전투체계 국산화 과정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토대로, KDDX에는 AI 기반 지휘결심지원과 통합전기추진 인프라까지 흡수할 수 있는 차세대 전투체계 완성형 구조를 구현한다.
공군의 KF-21 보라매와의 비교가 자연스럽게 성립한다. KF-21이 미국산 전투기 플랫폼 의존에서 벗어나 한국 공군만의 독자 전투기 플랫폼을 구축한 것처럼, KDDX는 미국 이지스 체계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 방공 전투함 플랫폼이다. 이전 이지스함에서도 국산 무장의 접목이 없지 않았지만, 체계의 핵심 두뇌와 눈 자체가 국산인 플랫폼을 처음부터 독자적으로 구성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 무장체계 - KVLS와 독자적 다층 방어·타격망
KDDX 무장체계의 핵심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국산 수직발사체계(KVLS)다. 현재 KDDX는 기본 규격인 KVLS-I 32셀과 대형 신형 규격인 KVLS-II 16셀로 총 48셀의 VLS를 조합해 탑재한다.
만재 8000t급 체급에 비해 셀 수가 적다는 지적이 있으나, 이는 과거의 다셀(Multi-cell) 트렌드를 무작정 따르는 대신 기본적인 국산 정밀 무장을 충실히 확보하면서, 한 방이 있는 대형 전략 무기를 운용하기 위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한 결과다.
1) 기본 무장체계: 국산화된 다층 정밀 타격망
함정 고유의 생존력과 다목적 임무 수행을 위한 기본 무장은 100% 국내 기술로 완성되어 유기적으로 연동된다.
• 5인치 현대화 함포: 함수에는 현대위아가 개발한 5인치(127mm) 함포가 장착된다. 향후 개발되는 사거리 100km 이상의 사거리 연장탄(ERAM)을 운용하여 원거리 지상 지원 사격 능력을 극대화한다.
• 세계 최초 AESA 탑재 근접방어무기체계(CIWS-II): 팰렁스(미국)·골키퍼(네덜란드)·AK-630(러시아)·730형/1130형(중국)·밀레니엄(스위스) 등 현존하는 모든 기관포형 CIWS 가운데 AESA 레이더를 탑재한 것은 CIWS-II가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다. 4면 고정식 탐지 AESA 레이더와 1면 추적 AESA 레이더 총 5개로 구성돼 360도 사각지대 없는 실시간 감시가 가능하다. 마하 3~5 수준의 초음속 대함 미사일과 변칙 기동 표적을 밀리초 단위로 추적하며, 분당 최대 4,200발의 30mm GAU-8 어벤저 개틀링 기관포로 요격한다. A-10 공격기의 탱크 킬러로 유명한 바로 그 기관포다. 현대위아가 포탑 함포체계를 개발해 체계사인 LIG넥스원에 납품하는 분업 구조로 완성됐으며, 현재 본격 양산에 돌입했다.
• 단거리 종말 방어 (미국산 RAM 대체) → 해궁(K-SAAM): 기존 서방 군함들이 표준으로 사용하던 미국제 RAM(근접방어미사일)을 완전히 대체하는 국산 유도탄이다. 사거리 약 20km로 기존 RAM보다 방어 영역이 훨씬 넓으며, 시스키밍 대함 미사일을 최종 단계에서 방어한다. 외부에 돌출형 경사 발사대를 달아야 하는 RAM과 달리, KVLS 1셀에 4발을 묶어 넣는 쿼드팩(Quad-Pack) 형태로 수직 발사되어 함정의 스텔스성을 유지하면서도 압도적인 방어 효율을 발휘한다.
• 구역 방공 (SM-2 대체) → M-SAM 해상형: 기존 한국 해군의 주력인 미국산 SM-2를 대체한다. 천궁-II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 중이며, 사거리 수십 킬로미터 영역에서 적 항공기와 미사일을 정밀 요격한다.
• 장거리 대잠 무장 → 홍상어: 국산 선체고정소나(HMS)와 예인소나(TASS)가 적 잠수함을 탐지하면 KVLS에서 대잠어뢰인 홍상어를 발사한다. 로켓으로 사거리 20km 이상을 날아간 뒤 낙하산으로 입수해 적 잠수함을 타격하는 국산 고성능 무장이다.
2) 미래 확장 무장체계: 미사일 지침 해제가 불러온 비대칭 전략 주먹
한미 미사일 지침이 완전히 종료되면서 사거리와 탄두 중량의 제한이 사라진 대한민국이, 해상에서도 제약 없는 비대칭 타격력을 투사할 수 있는 발판이 바로 대형 규격인 KVLS-II다. 기존 KVLS-I 대비 발사관 단면적은 80%, 탑재 중량은 85%나 확장되어 타국 중형 구축함은 엄두도 내지 못할 대형 전략 무장들을 고스란히 흡수한다.
• 고고도·장거리 방공 (SM-6 대체) → 함대공유도탄-II: 미 해군 SM-6급의 장거리 요격 능력을 국산화하는 핵심 무장이다. L-SAM(한국형 사드) Block-I을 해상형으로 개량하여 KVLS-II에 탑재되며, 미국의 소스코드 승인 없이도 독자 레이더와 연동되어 완벽한 광역 방공망을 형성한다.
• 초음속·극초음속 대함/대지 미사일: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이 개발 중인 음속의 3~5배 이상으로 날아가는 차세대 초음속 미사일은 사거리 300~500km 이상을 내다본다. 거대한 덩치와 엔진 구조 때문에 기존 발사관에는 탑재가 불가능하나, KDDX는 초대형 KVLS-II를 통해 이 기술을 즉시 수용한다.
• 괴물 탄도탄 기술의 이식 (현무-5급 해상형): 지상형 현무-5는 탄두 중량만 8~9t에 달하는 전략 미사일이다. 함정 안정성을 위해 원형 그대로 탑재할 수는 없지만, 미사일 지침 종료로 확보한 독자 기술을 녹여내 탄두 중량 1~2t, 사거리 500~800km 이상으로 최적화한 함대지 탄도유도탄이 KVLS-II에 탑재된다. 이는 사거리 1500km 이상의 천룡 순항미사일과 함께 탄도탄-순항미사일 복합 타격망을 완성한다.
• 위성 타격 및 고고도 상층 요격 (K-SM-3 가능성): 미 해군이 SM-3를 통해 외기권 탄도탄을 요격하고 저궤도 위성까지 격추한 것처럼, 대한민국 역시 장기 로드맵인 L-SAM Block-III(외기권 요격 대공무장) 단계에 진입하면 KDDX를 통해 이를 구현할 수 있다.
KDDX는 별도의 함정 개조 없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대형 KVLS-II의 넉넉한 공간만으로 우주 및 외기권 방어 여력까지 흡수할 수 있도록 미래 확장성이 설계 단계부터 반영되어 있다.
● 한화그룹의 육해공 퍼즐, 마지막 조각
KDDX 수주는 한화그룹 방산 전략의 해양 부문 완성을 의미한다. 한화는 2023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재출범시켰다. 당시 김동관 부회장이 주도한 인수 논리는 함정 플랫폼(한화오션), 전투체계·레이더(한화시스템), 무장체계(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수직 통합해 '육·해·공 종합 방산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것이었다. KDDX는 이 세 축이 하나의 전투 플랫폼 위에서 수렴하는 첫 번째 사례다.
한국국방기술학회 유형곤 센터장은 "KDDX는 레이더·전투 장비 등 종합 시스템이 탑재된다. 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그룹 계열사의 공급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고,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종합 방산 체계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한화오션에 KDDX 수주는 전략의 마지막 퍼즐이자 확실한 마침표"라고 자평했다.
한화오션의 성장 축도 다각화됐다. 상선 수주 잔고가 수익성을 받치는 가운데, KDDX로 국내 첨단 수상함 레퍼런스를 처음 확보했다.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로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MASGA) 참여 기반을 마련했고, 캐나다 신형 잠수함 사업(CPSP) 수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 KDDX를 넘어 - KDDX-S(Smart)와 미래 대양해군의 청사진
KDDX 6척 건조만이 끝이 아니다. 현재 운용 중인 광개토대왕급과 충무공이순신급의 퇴역 시기가 다가오고 있고, 드론·레이저·극초음속 무기가 전장의 표준이 되는 미래전 환경을 감안하면 KDDX 이후를 준비하는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
한화오션이 제시한 KDDX-S(Smart)가 그 청사진이다. KDDX의 상위 버전으로 구상된 7000t급 구축함으로, 충무공이순신급 후속 전력 획득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외형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극단적 스텔스의 추구다. 함포 포신과 대함미사일 발사대가 팝업(Pop-Up) 형태로 설계되어 발사 직전까지 선체 내부에 완전히 은닉된다. 필요할 때만 노출되는 이 설계는 KDDX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RCS 저감 개념이다.
전투·운용 개념도 미래전 패러다임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TSCE(통합함정컴퓨팅환경) 개념이 전 함정 시스템을 하나의 컴퓨팅 네트워크로 통합하고, 저궤도 위성통신체계가 전장 인터넷을 제공한다. 레이저 무기체계와 사이버보안시스템이 기본 탑재 개념으로 반영됐다. 승조원 최소화를 위해 무인체계 지휘 통제, 통합함교체계, 자동계류체계, 로봇 기술이 결합된다. KDDX의 IFEP 전전기 추진체계가 구축한 대용량 전력 인프라가 레이저 무기 운용의 직접적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KDDX와 KDDX-S는 하나의 연속된 기술 진화 경로 위에 있다.
KDDX-S는 현재 개념 단계에 있다. 그러나 KDDX가 본격 건조 궤도에 오른 지금, 이 개념이 단순한 조선사의 미래 비전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방산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KDDX가 닦은 국산 플랫폼·전투체계·무장체계 수직통합의 경험이 KDDX-S 실현의 기술적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기자의 눈: 설계도에서 대양으로, 자주국방의 대전환점
KDDX 사업의 본격화는 단순히 7조 8000억 원짜리 대형 국책 사업의 시작이나 조선사 간 수주전 승리라는 프레임을 뛰어넘는다. 보안 감점 논란과 2년간의 표류라는 진통을 겪었지만, 이제 해군은 실전 성과를 통해 그 품질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기술 점수에서 HD현대중공업이 앞섰던 만큼, 한화오션은 향후 선도함 건조 과정에서 완벽한 체계 통합 능력을 보여주어야 시장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할 수 있다.
그럼에도 KDDX가 대한민국 해군사에 남길 궤적은 선명하다. 스텔스 선체 설계부터 레이더(눈), 전투체계(두뇌), 전기추진(심장), 그리고 미사일 지침 해제로 날개를 단 비대칭 전략 무장(주먹)까지, 100% 독자 역량으로 구축하는 첫 번째 국산 독자 이지스 플랫폼이 이 사업의 본질이다.
안보 환경의 급변과 병력 감소 추세를 감안할 때, 이번 KDDX의 성공은 단순히 6척의 함정 획득으로 끝나지 않는다. KDDX가 닦아놓은 기술과 산업 생태계 위에서, 팝업형 극단적 스텔스·레이저 무기·무인체계 지휘 통제·승조원 최소화를 구현하는 KDDX-S로의 진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KDDX는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점이다.
하늘에 공군의 KF-21 보라매가 있다면, 바다에는 KDDX가 있다. 외산 무기체계의 그늘에서 벗어나 우리 바다를 우리 힘으로 지키고, 나아가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K-함정의 오픈 아키텍처 수출 경쟁력을 증명할 대양해군의 서막이, 이제 설계도를 넘어 거친 파도 위에서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사진) 한화오션이 2024년 제시했던 한국형 차기구축함 (KDDX) 조감도(상). 부산 MADEX 2024에서 공개된 한화오션의 차세대 KDDX-S 목업(하)./ 한화오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