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좌아악 펴 놓고 가위질을 하는 거지
눈짐작으로도 가볍게 머릿속의 디자인이 그려지고
손은 머리의 이야기를 따라
묵은 세월과 까마득한 세월들이 손잡고 그리워하던 디자인을
찾아가는 거야 너무 쉽게 디자인이 나오네
버려 할 골목들이 너무 많아 벌써 디자인된 모보다 버려야 할 밤과 새벽들이
상자마다 가득하네
어머나 이렇게 생이란 것도 필요한 것만 두고 버릴 수 있는 것이네
바느질을 잘하면
늙은 만큼 그만큼 너스레가 능란하거든
뭐든 너무 잘하는 일은 슬픈 거야
생을 이렇게 우수하게 오려낼 수 있다니...
순전히 손바느질로 뒤틀린 두 손으로만...
손 매듭이 다 무너져 삐뚤어진 간절함의 머리를 숙이며 숙이며
꼼꼼히 손바느질로 젖은 곳을 피해 디자인을 그리네
비뚤어진 손보다 생은 몇천 배 삐뚤어진 걸
늙은 노파의 손이라도 손작업은 비싸다네
그럼 징그럽지만 생은 싸구려는 아니니까
이생을 한 번쯤 오래 내려면 생의 바느질로 두 손이 다 녹아버리겠네
아차 보기 흉하다고 내 손도 오려 버리진 않았나?
제발 여자여 그러지는 말게.
귓속말로 하고 싶은 말이지만 오늘은 큰맘 먹고 말을 하네
생은 오려내지도 버려지지도 않아
못생겨도 귀하다네...
ㅡ계간《시인시대》(2023,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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