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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담은시

검은 쌀알들 / 나희덕

작성자늦은안부|작성시간26.06.15|조회수10 목록 댓글 0




하늘에서 쌀알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하역작업을 하던 지게차 포크가
쌀포대를 푹,찌른 것이다

햇빛에 반사 되어 빛나는 쌀알들,
어떤 계시처럼 쏟아지는 희디흰 몸들,
바닥에 흩어진 쌀을 쓸어담아 그는 작업실로 돌아왔다

나에게는 그의 쌀그림이 있다
작은 쌀 한 톨이 검디검은 바탕을 지탱하고 있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쌀알 속에 사람이 들어 있다

한 사람,
앉은 사람,
서 있는 사람,
걸어가는 사람,
등을 돌린 사람,
잔뜩 웅크린 사람,
옆을 보고 있는 사람,

쌀알속의 사람은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그는 찢긴 포대에서 쏟아져 나온 쌀알들에게 말을 건넨다
쌀알 속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똑같은 쌀은 하나도 없다
똑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듯이

그는 쌀알들을 검은 유화물감으로 개어 거대한 비석*을 완성했다

이번에는 쌀알들이 죽음의 땅에서 솟아올랐다
피와 눈물에 젖은 검은 쌀알들이


*정영창<검은비()>,광주5.18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했던 상무관에 전시되었던 추모비.


ㅡ계간시산맥(2025,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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