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까지 넝쿨 진 햇살 무성한 오후
고모님 쭈그려 앉아 밭을 고르시네
거칠고 사나워진 땅을
부드럽고 상냥한 손길로 토닥이시네
숨 쉬는 것이나 숨죽인 것이나 속 타는 일은 있는 법,
목마른 바닥에도 물을 줘야지,
호스를 길게 뽑아
저무는 세상에 비를 내려주시네
순해진 땅의 등을 호미로 살살 긁어 주시네
아무짝에도 쓸데없다고 외면당하던 아버지처럼
채소를 가로막던 돌멩이 하나
고모님 호미질을 따라 나오네
돌멩이에 맞아 자주 아프던 나,
그것들을 쓸어다 길가에 버리려는데
야,야,돌멩이 하나도 버리지 마라
그것들도 자리만 잡아주면 제 몫을 하는 법
세상 쓸모없는 것은 없단다
버려진 동생을 감싸듯 돌멩이 정성껏 아우르시네
안개꽃 왁자하게 흐드러진 꽃밭
크고 작은 돌멩이 담이 되었네
여리고 착한 흙들 쓸려가지 말라고
꽃밭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었네
고모님 텃밭에 쭈그려 앉아
자리잡지 못해 쓸모없이 바람 숭숭하던
아버지를 고르시네
착한 흙의 자리 하나 찾아주시네
2025 미네르바 겨울호
_시와시학 등단, 제1회 경북일보 문예대전 동상. 시집『당신의 새는 안녕하신가요』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