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작작나무 숲 가는 길에 외딴집 한 채를 뵈었다
서쪽으로 어깨가 한 자 쯤 기울었다 기우뚱거리는 범선 같았다
뒷마당 돌배나무는
쌀 안치는 소리 같은
꽃을 달고 서 있었다
자신을 밀고 나가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가 잠시 멈춰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밑바닥이 가라앉기 좋아 보였다
저 빈집을 통장을 털어 살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하다가 흥정이 잘 되면
훤칠한 돌배나무 돛을 공으로 얻을 수 있겠지
하는 데까지 생각이 뻗어나갔다
빈집은 청승맞게 허벅지를 긁고 있었고
소유할 때 생기는 오해를 나는 어찌 감당할 것인가 초록을 핑계 삼아
돌파할 수 있는가
근심이 돌배나무 수피에 덕지덕지하였다
그나저나 주인의 연락처는 어딜 가서 구한단 말인가
[쓸데없이 눈부신 게 세상에는 있어요],문학동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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