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초기를 돌렸다
까투리가 죽었다
아랫집 찔레나무 아래 묻어주었다
과수밭 풀숲에 숨어 있는 꿩알 열두 개
칠면조 키우는 아랫집 아저씨네 드렸다
새끼 열둘이 세상에 나왔다
에미가 새끼 지키느라 도망가지 않았군
꿩 열두 마리
찔레 열매 익어갈 즈음
낮은 뒷산 기슭에 풀어주었다
찔레꽃 하얗게 피면
고것들 열둘이 차례로 돌아가며
아저씨 집 마당을 건너간다고
엄마 제사를 지내고 가더라고 했다
나보고 그런 거짓말을 믿으라고?
걔들이 복수하러 오는 거라면 몰라두
지나간 그 얘기 잊고 살다가도
아랫집 화단에 찔레꽃이 하얗게 피면
나도 모르게 찔레나무 곁으로
걸음이 옮겨갔다
- 시라는 모종의 잔해, 달아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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