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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가족, 착한 이들의 모임] 천사의 미소로 내려앉으소서!

작성자동명항바라기|작성시간26.06.19|조회수48 목록 댓글 0

누님 께.

 

’화요가족‘ 모임을 마치고 동편마을 행 고속버스에 올랐습니다. 태선 형님은 술 한잔 더 하시고 싶으셨으나 촉박한 제 버스 시간을 염려하여 부지런히 고.터로 옮겨가라 손을 내저으셨겠죠. 다음 기회도 있다시면서.

매년 6월 18일 프라이스 신부님 생일에 화요가족이 모이는군요. 올해가 탄생 103주년.

 

“그래, 처음엔 어떻게, 누구누구와 함께 시작했어요!?”

(류장선 전 총장 신부)

 

지팡이에 의지한 채 모임에 참석한 노사제(87)는 이런 공동체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면서 물으시더군요.

 

“프라이스 신부님과 저, 이렇게 둘이서 시작했죠. 졸업 후 교문을 나서면서 신부님과 헤어지는 것이 섭섭해서. 그냥 남자 둘이 모여서도 잘 놀 수 있었죠. 그러다가 현 박사와 은래도 합류하고…“(정 훈 선배)

다시 찾은 로욜라 동산. 김태관 신부님이 한국인 최초의 예수회 회원이었음을 오늘 새삼스레 알게되는군요.


 

모교에서 교양영어를 담당하는 JP 교수는 열 살 때 부모님을 따라 미쿡으로 이민, 초중고대학 교육을 모두 그곳에서 마쳤습니다. 모국이 좋아 무작정 귀국, 기회가 닿아 운좋게 교수로 임용되었다는군요. 프라이스 신부님 관련 글을 우연히 접하고는 자신도 장학금 기부에 동참했다죠. 기부자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한 정 훈 선배가 그를 수배, 오늘 자리를 함께 했답니다. 81년 생.

 

남궁찬(?, 학부는 서울대, 모교 언론대학원 졸), 그리고 미처 이름을 캐치하지 못한 전남대 출신(역시 언론대학원 졸)의 동년배 형제, 자칭 ‘빨갱이’라는 진도살이 중인 선배(정 훈 선배 친구)의 부인, 이렇게 세 분은 타교 출신이면서도 화요가족이 되었더군요. 종교 입문을 절대 강요하지 않으신 프라이스 신부님의 휴머니스트적 소통에 감명받아 (비신자이면서도) 함께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장학금 수혜자인 두 명의 재학생 후배님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경영학도입니다. 제 직속 후배가 되는군요. 한 친구(남학생)는 화요가족의 정서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면서 하던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를 접었다고 했습니다. 3년 전 신부님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만났던, 그해 장학금 수혜자인 똘망똘망한 여학생 친구는 창업을 준비한다고 했습니다.

 

유쾌한 정 훈 선배는 젊은 교수와 까마득한 후배들이 화요가족의 정서에 동참함을 매우 다행스럽게 여기시더군요. 뒤를 이을 후계자들이 나타나 마치 ‘지금 죽어도 마음 편히 죽을 수 있겠다 ‘는 듯한 멘트를 날리기까지 하시더이다.

노고산이 성지(Shrine)로 지정되었음을 오늘 확인합니다. 순교 현양비가 세워진 것도 오래 전(2009)이군요.

지난 4월 스페인 로욜라 성지를 다녀온 것이 엊그제 같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의 본능적 반응이라죠.

이 반응, 즉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의 힘은 용기에서 나온다네요. 그런데 이 용기의 발로는 바로 ‘사랑’이라는군요. 주변과 이웃에 대한 사랑.(윤민열 스테파노 신부, 속초 설악동 성당, 2026. 6.14 고별 미사 중)

 

“의로운 이를 위해서라면 죽을 사람은 거의 없을지라도 착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무릅쓰고라도) 죽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있을지도 모릅니다.”(로마서 5,7/ 지난 주일(6.14) 미사 2 독서)

 

죽음의 두려움을 이기고 부활하신 이는 다름 아닌 누님이십니다. 오늘, 이들 화요가족 모두의 얼굴에서 누님의 환한 미소를 보았습니다. 정작 이들 중에는, 누님과 태선 형님이 그러하듯이, 천주쟁이는 몇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 훈 선배는 지금도 매일 밤 잠자리에서 프라이스 신부님을 당신의 뱃속으로 ‘영접’하신답니다.

 

누님께서는 이들 착한 이들의 얼굴에 천사의 미소로 내려오소서.

근 반세기 만에 학교는 당연히 많이 변했습니다. 도서관 최루탄 가스를 피해 도피해 갔던 메리홀은 공연 전문 소극장이 되었군요. 세례를 받았던 성당은 이냐시오 관으로 옮겨졌습니다

모교의 슬로건과 묘하게 겹치는 포스터. 모교 출신 예수회 사제가 다시 나오시기를 고대합니다.

 

덧.

오늘 아침, 이메일로 전해오는 모 변호사의 블로그 글에서 발견한 시입니다.

읽는 순간 눈물이 왈칵 솟았더랬습니다.

 

푸른 산.

푸른 하늘.

푸른 별.

 

천국에서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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