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액션(이라기보다는 황당한 폭력)이 난무하는 드라마 <김부장>이 막을 내렸다.
금주 금요일 에필로그 형태의 마지막 에피소드("The Universe")가 남아 있는지 TV 우측 상당 귀퉁이에 자막 예고를 남겼다. 마눌과 함께 킬링 타임용으로 시청하는 중에 내 입에서 내내 나온 말이 "저게 말이 돼?"였다. 아무려면. 난센스 코믹 액션물이 말이 되거나 말거나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재미만 있으면 됐지. 시청률 20%를 넘는 흥행 덕분에 주인공인 배우 소지섭은 촬영 스태프들에게 금(Gold) 특정량을 "쏜" 모양이다. 무자비한 폭력이 넘쳐나는 그의 전작 <광장>(2025)도 흥행에 성공하여 역시 금을 선물하며 스태프들에게 감사를 표했다는데 유독 금을 좋아하는 그다. “어려울 때 팔아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것이 금이 아니겠느냐”는 말이 기사 속에 남겨졌다.
소지섭의 난센스 코메디 액션 드라마 <김부장>(상)과 느와르 <광장>(하). 두 작품 모두 과도한 폭력이 주요 재료다. <김부장>에서는 오히려 윤경호와 최대훈의 연기가 더 좋다.
찬반양론, 호불호가 엇갈린다며 소셜미디어와 신문 지상에서 떠들썩하게 화제가 되고 있는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Hope)>도 기상천외한 액션(폭력)이 난무하는 모양이다. 지역살이를 하는 통에 아직 관람하지 못했지만 이미 본 거나 진배없다. 스토리며 주요 장면들이 마치 직관이라도 한 것인 양 내 입에서도 줄줄이 나올 판이다. 자극적이며 선정적인 영화나 드라마(콘텐츠)가 아니면 스크린이나 OTT 포함 방송 매체를 타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넷플릭스를 뒤져 가며 이런 류의 영화를 즐겨 찾아보는 나도 그 세태에 한몫 하긴 매한가지다만.
와중에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마눌과 함께 시청(7.25일)하게 된 인디 영화 하나, <사람과 고기>.
영어 제목도 헷갈리지 않게 <People and Meat>다. 세 명의 친숙한 시니어 배우가 주인공이다. 박근형(박준형 역), 장 용(장우식 역), 예소정(백화진 역)이 그들. 예소정만 빼고 나머지 두 명 배우의 배역 이름은 배우 본인의 이름에서 지은 듯하다.
스토리인즉슨 평범하며 그래서 진부하고, 따라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심금을 울릴 정도로 '대단히' 감동적이거나 교훈적이거나 뭐, 그런 것은 아니다. 영화관 개봉 당시(2025. 10월) 세간의 이목을 끌지 못한 탓에 극히 제한된 스크린과 시간대에만 상영되었단다. 총동원 관객수 44천 명(나무위키). 그랬던 이 영화가 최근 다수의 OTT에 올라서는 조용히 시청률(조회수)을 높여가고 있는 거다. 소셜미디어에서도 벌써 많은 이가 나름대로의 감상평으로 영화의 화제성을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스토리 자체도 간단하다.
세 명의 독거노인이 우연한 기회에 의기투합, 평소 먹고 싶어 하던 '고기'를 무전취식하며 이 식당 저 식당을 떠돌다가 적발, 벌금형을 때려 맞는다. 종국에는 판사집에 호기롭게 방화까지. 간암 말기 장우식의 쓸쓸한 죽음 이후 '그룹'은 해체되고 남은 두 노인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줄거리.
세 명의 노인은 모두 가족 없는 외톨이로서 생을 살고 있다. 박준형 노인의 두 아들은 각각 브라질, '불란서'에 산다. 연을 끊고 산 지 20년이 넘는다. 폐지를 주워 팔아 근근이 생기는 돈으로 자식 명의의 낡았으나 번듯한 양옥집 재산세를 내고 있다. 백화선 노인은 첩살이 중 얻은 딸과 사위를 사고로 잃고는 대학생 손주 하나 데리고 골목길 채소 좌판에 생을 의지하고 있다. 장우식 노인은 이마저도 그마저도 없는 무연고 중증 환자다. 박준형 노인과 폐지를 놓고 싸우다 형님, 아우 하며 지내는 사이가 된다. 그가 시를 가르쳐준 스승이라면서 빈소에 유일하게 찾아온 조문객 하나가 지상에서 알고 있는 이의 전부인 듯하다. 박준형 노인에게 병명이 '영양실조'라며 쪽방에서 '굶어 죽는' 자신의 임종을 지켜보게 하는 친구 '학선'도 지독한 외톨이의 삶을 살다 간다.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도 간간이 노인들의 위트가 빛난다. 신파가 아닌 진한 페이소스가 내내 배어 나온다. 경륜 넘치는 노배우들의 연기가 빛나는데 그중 박근형의 가난에 찌든 모습의 분장과 능청스러운 대사 연기가 으뜸이다.
2026년 7월 26일.
가톨릭의 캘린더로는 연중 제17주일이며 '제6차 세계조부모와 노인의 날'이다. 어찌하여 '6차'인가 했는데 COVID-19가 극성을 부리던 2021년, 팬데믹에 속절없이 스러져가는 소외된 노인들을 보살피자는 취지에서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종(교황)의 교지로 정해졌었단다.(엄기선 베네딕토 신부, 미사 강론 중)
'이런 날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몇 년을 지내왔구나.'
허긴, 날라리 허당에 무늬만 천주쟁이인 주제임에랴.
2026.7.26일 자 가톨릭 서울주보. ’ 조부모의 날‘에 걸맞은 삽화가 정겹다.
때맞춰 현 교종 레오 14세는 이에 대한 담화를 발표했단다.
담화의 제목은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야 49, 15)
. "그 누구도 잊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의 삶을 너무나 자주 사라지게 하는 익명성에 대한 응답입니다."
. "인간의 몸은 다정함을 지닌 손, 섬세한 마음, 그리고 좋은 말들로 계속해서 보살핌 받고 인정받기를 요구합니다."
. "노년은 영적인 삶을 새롭게 시작하거나 다시 이어가기에 적절한 때가 될 수 있습니다."
. "연약함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우리의 연약함을 인정할 때 우리 마음이 열려 서로를 지지하게 되고, 참평화를 베풀어주실 수 있는 분께 간구하게 됩니다."
교종 본인도 만 71세(1955년 생)의 '젊은 노인'으로 하늘 아래 어찌 연약한 존재가 아닐 수 있겠는가. 트황상 트럼프와 맞짱을 뜰 정도의 강단이 있는 그이지만 스스로 연약함을 인정하고 마음을 열어 의지하며 지지하고픈, 영육 모두 외로운 인간임에는 여느 평범한 장삼이사와 다름 없을 것이다.
전날, <사람과 고기>를 시청한 것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겠다.
오히려 오묘했구나. 아버지 기일(31주기)에 참례한 미사였기도 했으니.
미사 후에 교우들에게 인사와 안수를 전하는 베네딕토 신부와 처음으로 말을 섞었다.
최근 수원교구에서 파견, 정기 인사 전 주임서리로 봉직 중인 그다.
"스테파노입니다.(...) 혹시 사제관에 넷플릭스가 연결되어 있는지요!?"
"...... 잘 모르겠지만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요?"
"영화 <사람과 고기> 강추드립니다. 오늘 같은 날, 그리고 강론 말씀과도 꼭 맞는 영화 입죠."
베네딕토 신부는 강론 중에 인간은 모두 '이주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뿌리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는 인생들. 언제고 모두 늙고 연약해질 것이니 서로 보듬고 살아가야 할 존재들. 나도 이미 그러할까?
그리고 저녁.
마눌은 마침 냉장고에 쟁여 놓았던 '고기'를 구웠다. 며칠 전 서울 나들이 중 코스트코에 들러 장을 봐온 '한돈목살'이다. 무전취식이라도 나름 '행동강령'을 지니고 있었던 세 노인이었다. 그중 하나가 '절대 비싼 고기는 먹지 않는다... 였던가. 소주도 1병 이상을 먹지 않는다... 도 있었다.
질 좋은 목살에 쐬주가 아닌 와인이 곁들여졌으니 세 노인들보다는 이내 몸 형편이 훨 낫구나.
요즈음 동편마을 저녁 풍경. 며칠 전 오징어배 조업 풍경(상) 그리고 오늘 저녁 보름달에 가까운 상현달. 우중에 나날은 물론이고 시시각각 풍광이 다르다. 습한 복더위가 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