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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향기

치료 보다 치유를.../류해욱 신부

작성자글라라(풀밭)|작성시간10.02.07|조회수23 목록 댓글 0

 

 

                  내일 창원에 있는 파티마 병원에 가서 전 교직원 선생님들에게 강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오래 전에 제가 번역한 책들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강의에서 나눌 이야기 하나를 여러분들과도 나누고자 합니다.


                  여러분들, 아마 모두 영적인 체험을 해 보신 적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요?

                  신앙인이든지 아니든지 우리는 모두 어떤 영적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제가 번역한 [그대 만난 뒤 삶에 눈떴네], [할아버지의 기도], [할아버지의 축복] 등을

                  쓴 레이첼 레맨은 영적 체험에 대한 영역은 아주 보편적이라서

                  예로부터 모든 인간의 언어에는 그것을 나타내는 고유한 표현들이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아트만, 네쉬마, 루아, 라, 푸루쉬아, 신적인 불꽃 등이

                  그 영적인 체험을 표현하는 말들입니다.

                  철학자 세네카는 그것을 오렌다라고 불렀고,

                  그리스도교의 위대한 신비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그것을 하느님의 씨앗이라고 불렀습니다.

                  토마스 머튼도 ‘하느님의 씨’라는 표현을 썼지요.

                    

                  우리는 이 영역을 일반적으로 영혼이라고 부릅니다.

                  영혼은 모든 인간 삶의 가치에서 기본적인 바탕이고 우리의 신체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내면 안에서 변하지 않으면서 우리의 체험을 통합하는 기초이기도 하답니다.

                  신앙인이 아니라도 우리는 분명히 육체 이외에 이런 영혼이 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레맨은 우리가 치유를 경험한다면 그것은 바로 영혼의 영역이라고 말합니다.

                    

                  질병이나 병에 대한 치유를 신체라는 개념에서 규정하게 된 것은

                  인간 역사에서 볼 때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합니다.

                  의학이 처음 시작되었던 당시, 아주 오랜 옛날이겠지요.

                  그 당시에는 의학에 관계하던 의사나 주술사들이 질병을 병리학적인 개념에서가 아니라

                  영혼의 개념에서 규정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고대인들에 의하면, 질병이 일어난 것은 영혼의 상실이었습니다.

                  그들은 질병을 삶의 방향이나 목적이나 신비나 경외심을 잃어버린 상태라고 이해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치유는 몸의 회복뿐만 아니라 영혼의 회복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것보다 오히려 그들이 얼마나 더 깊이 볼 수 있는 지혜를

                  지녔는지에 감탄하게 됩니다.

                    

                  레맨은 자기 자신이 오랫동안 크론병을 앓았고, 또한 의사로서 암환자들과 상담을 하면서 

                  우리가 병을 통해서 영혼의 문제를 더 깊이 바라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런 체험을 통해 그녀는 우리가 상실이나 질병이나 위기를 체험할 때 영혼은

                  단지 인간이 지닌 능력 이상의 어떤 필수적인 요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때때로 인간의 영혼이 지닌 정신이 커다란 힘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지요.

                    

                  영혼은 의미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인생의 어떤 사건을 통해 의미를 찾을 필요가 있을 때 단순히 육체를 넘어서

                  영혼을 생각하게 됩니다.

                  심각한 질병에 걸렸을 때, 사람들은 이전에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질병과 삶의 의미에 대해

                  묻게 되는 것이지요.

                  자기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물을 때 우리는 어둠 속에서 영혼을 보기 시작합니다.

                    

                  레맨은 자기가 의과대학에 다니던 1960년대 초에는

                  질병에 대한 의미를 묻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생각했었답니다.

                  당시에는 병에 걸렸다는 것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 고통스러운 체험이 우리가 진정으로 누구인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알 리가 없지요.

                  당시 의사들이 관심을 지닌 것은 다만 치료였지 치유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과학과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어떻게 병을 치료할 수 있는가에만 초점을 맞추었다고 합니다.

                  안타깝지만 지금도 어느 정도는 마찬가지이지요.

                    

                  그러나 레멘은 우리를 진정으로 치유시키는 것은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와 같은 치유가 일어나는 것은 아주 개인적이지요.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치유가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마다 질병은 아주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의미를 부여할 때 치료로는 불가능한 병에 치유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게 되기도 한답니다.

                    

                  레맨은 의미를 발견한다고 해서 우리가 반드시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다만 우리의 삶을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저는 참으로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았습니다.

                  피상적인 것이 아닌 본질적인 것을 바라볼 때 우리는 익숙하거나 평범한 일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야를 지니게 됩니다.

                  의미는 우리가 우리 자신이나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바꾸어 줍니다.

                  병에 걸리면서 우리는 단순히 운이 없는 피해자라는 생각에서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시각으로 그 병이나 삶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지요.

                    

                  병을 통해 사람들은 처음으로 자신을 알게 된다고 합니다.

                  자신이 정말 누구인지를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자기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됩니다.

                  병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자기 자신 안에 전혀 알지 못했던

                  놀라운 힘과 용기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레멘은 자기가 만난 많은 사람들이 자신 안에 깊은 연민과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큰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사람들이 전에는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가치를 (예를 들면, 부나 명예, 권력 등.)

                  쓰레기로 여기면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택하는 용기를 발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대개 새로운 삶의 방식은 그들 안에 영혼이 생생하게 불어넣어진 모습으로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레맨은 45년 전에 자기가 크론병을 앓게 되었을 때,

                  그녀는 아주 위축되고 심지어는 그 병을 아주 부끄럽게 느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이 병이 자기에게 어떤 도전을 던지고 있는지, 또한 그 도전이 자기 영혼을 얼마나

                  더 강하게 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자기는 단지 치료에만 초점을 맞추었고,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낙담에 빠졌었다고 고백합니다.

                  당시 자기는 전혀 엉뚱한 것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자기 안에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자기 인생을 이끌어가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레맨이 그 병을 앓지 않았다면 전혀 다른 의사가 되었을 것입니다.

                  헨리 나우엔 신부님의 ‘상처 받은 치유자’라는 책이 있는데,

                  그는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단순히 치료를 하는 의사가 아니라 치유를 하는 의사,

                  영혼을 어루만지는 의사가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의사 선생님들, 간호사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데, 정말 우리는 환자를 대할 때,

                  그 사람의 병만 보지 말고 그 사람의 인격, 그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는 의사나 간호사로서 환자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에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이나 간호사 선생님들이 환자를 바라보는 눈빛 하나로도

                  환자는 위로를 받거나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홍천 영혼의 쉼터 원장 류해욱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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