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형식
국악은 선율을 위주로 한 음악이기 때문에 화성적, 대위법적 구조에 기초를 둔 서양음악의 종지형이나 형식과 같은 성격의 것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음악을 연주하는 과정상의 문제로 성악곡인 경우는 가사를 바꾸어 부르거나 확대시켜 부를 수 있고, 또한 주고 받는 형식이 있을 수 있다. 또 기악곡인 경우는 속도에 따라 느리고 빠르게 연주하거나 프레이징의 연결에 따른 형식이 있을 수 있다. 국악의 형식은 서양음악의 형식과 다른 성격의 것이긴 하지만, 크게 5종 '환두형식과 환입형식', '한배에 따른 형식', 확대형식, '메기고 받는 형식', '연음형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환두형식(煥頭形式)과 환입형식(煥入形式) :
<환두>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머리의 바꿈>을 뜻하고, <환입>은 같은 가락으로 반복하는 <도드리>를 뜻한다.
따라서 <환두형식>은 앞부분의 가사인 미전사(尾前詞)가 끝난 다음, 뒷부분의 가사인 미후사(尾後詞)로 넘어 갈 때, 미후사의 제1 구를 미전사의 제 1 구와 다르게 부르고, 미후사의 제 2 구부터는 미전사의 제 2 구와 같은 가락으로 부르는 형식을 말하고, 미전사와 미후사가 같은 가락으로 반복되는 형식을 <환입형식>이라고 한다.
송나라에서 들어온 사악(詞樂)의 <보허자(步虛子)>, <낙양춘>등의 가사는 미전사와 미후사의 두 부분으로 되어 있어 환두형식과 환입형식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국악곡 중에서 밑도드리(미환입), 양청도드리(양청환입), 우조가락도드리(우조가락환입) 등과 같이 도드리 또는 환입이 붙은 악곡은 환입형식으로 되어있는 것이 아니고 보허자의 환입부분을 변주했다는 의미로 씌여진 것이다. 또 <영산회상> 중 '삼현환입'이나 '염불환입'은 원래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해서 연주하던 것이기 때문에 환입 또는 도드리란 이름이 붙은 것이다.
2. 한배에 따른 형식:
느린 속도의 만(慢), 중간 속도의 중(中), 빠른 속도의 삭(數)을 갖춘 음악형식을 말한다.
<영산회상>의 긴영산이라고도 말하는 상영산, 중영산, 세영산이나 산조의 진양, 중모리, 자진모리는 그 좋은 예이다. 또 민요 중 <육자배기>와 <자진 육자배기>, <긴 농부가>와 <자진 농부가> 등과 같이 긴 소리뒤에 잇대어 부르는 형식도 한배에 따른 형식에 속하는 것으로 풀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한배에 따른 형식'은 하나의 곡조안에 속도를 달리하는 부분이 결합된 형식을 가르키는 것이다.
3. 확대형식(擴大形式):
주로 성악곡에 있어 주어진 장단과 박자의 기본구조 안에서 많은 가사의 사설로 처리되는 형식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평시조와 사설시조는 같은 박자에 의한 것이지만, 사설시조는 평시조보다도 2배 내지 3배가 넘는 가사의 자수(字數)를 갖는다. 사설이 많은 경우, 노래한다기 보다는 이야기하는 노래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
4. 메기고 받는 형식:
민요중에서도 노동요(勞動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서, 한 사람이 독창으로 메기면 나머지 여러 사람이 합창으로 받는 형식을 말한다.
이 형식을 기원적으로 보면, 서양음악에서의 론도와 같은 것으로서, 독창과 합창의 쿠플레(couplet)와 르프랭(refrain)의 관계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쾌지나 칭칭나네>, <강강수월래>, <보리타작 노래> 등은 '메기고 받는 형식'의 좋은 예이다. 한 사람이 독창으로 메기는 방법에는 높은 음으로 '질러내는 소리', 보통으로 '평으로 내는 소리', 그리고 저음으로 '숙여내는 소리'가 있고 합창은 일정한 가락을 반복해서 받는 후렴구와 같다.
5. 연음형식(連音形式):
특히 기악곡에 적용되는 것으로서, 한 가락이나 한 장단을 합주로 하다가 몇 개의 악기가 쉴 경우, 다음 가락이나 장단이 나타날때 까지의 사이를 다른 악기로 연결하여 연주하는 형식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피리, 북, 장고 등이 쉬면 대금, 해금, 당적, 아쟁 등이 다음의 가락이나 장단으로 그 사이의 프레이징을 연결시켜 주는 형식인 것이다.
이와같은 형식으로 된 곡조는 <수제천>, <삼현 영산회상>의 상영산, <해령>, <동동>, 그리고<희문(熙文)>의 변주인 <전폐희문>을 들 수 있고, <범패> 중 합창으로 부르다가 중간에 독창으로 부르는 짓소리의 허덜품도 일종의 '연음형식'의 것이다.
* 악곡 소개
- 보허자(步虛子):
중국 송나라에서 들어온 사악(詞樂)의 하나. 일명 '장춘불로지곡(長春不老之曲)'이라 불리는 이 곡은 조선시대 궁중의식과 정재반주에 사용하던 당피리가 편성된 관악 협주곡.
- 낙양춘(洛陽春):
고려시대에, 중국 송나라에서 들어온 사악(詞樂)의 하나. 문묘제향(文廟祭享)때 아뢰는 제례아악(祭禮雅樂).
- 영산회상(靈山會相):
석가모니가 설법하던 영산회의 불보살을 노래한 악곡. 불보살의 자비와 성덕을 찬양한 가사, "영산회상불보살"의 가사에 곡을 얹어 부른 것.
- 수제천(壽齊天):
궁중의 연례악으로 임금 또는 왕세자의 동가(動駕)에 위엄을 돋구기 위하여 쓰였고, 또 정재(呈才)처용무(處容舞), 아박무(牙拍舞)의 반주 음악으로도 쓰임. 다른 이름으로 '빗가락 정읍(정읍)'이라고 부르며, 향피리, 젓대, 당적, 해금, 아쟁, 장고, 좌고 등으로 된 관악곡이다.
- 해령(解令):
조선조 궁중에서 벌이던 연례악(宴禮樂)과 길을 가면서 연주하는 행악(行樂)에서 연주되던 곡으로, 일명 '서일화지곡(瑞日和之曲)'이라고도 함.
- 동동(動動):
향악(鄕樂) 곡명의 하나. 고려시대부터 동동무(動動舞)에 쓰이던 음악으로 현재는 관악합주곡으로 연주됨. 피리, 당적, 대금, 아쟁, 장구, 북, 박 등으로 악기가 편성되고, 피리가 주선율을 연주하고 쉬는 동안 대적, 당적, 해금, 아쟁 등이 선율을 이어가는 연음형식을 지니고 있음.
- 희문(熙文):
종묘제례악(세종때 만들어지고 세조때 제례악으로 채택 됨) 악장 중 보태평(문덕을 찬양) 11곡중 한곡.
- 전폐희문: 같은 곡인 희문을 몇배 느리게 연주하는 것.
- 범패(梵唄):
불교 의식음악. 범음(梵音), 범성(梵聲), 성명(聲明), 어산(魚山) 또는 인도(印度)소리라고도 하며, 절에서 재(齋)를 올릴때 부르는 안채비소리(念佛), 겉채비소리가 부르는 흣소리와 짓소리가 있으며, 이 밖에도 축원(祝願)하는 화청(和請) 그리고 회심곡(回心曲)등이 있음.
* 참고서적: 윤양석 저 '음악의 이론과 실제 1 <음악기초론 -소재와 양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