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조용미
나무가 우레를 먹었다
우레를 먹은 나무는 암자의 삼신각 앞 바위 위에 외로 서 있다
암자는 구름 위에 있다
우레를 먹은 그 나무는 소나무다
번개가 소나무를 휘감으며 내리쳤으나
나무는 부러지는 대신
번개를 삼켜버렸다
칼자국이 지나간 검객의 얼굴처럼
비스듬히
소나무의 몸에 긴 흉터가 새겨졌다
소나무는 흉터를 꽉 물고 있다
흉터는 도망가지도 없어지지도 못한다
흉터가 더 푸르다
우레를 꿀꺽 삼켜 소화시켜버린 목울대가
툭 불거져나와 구불부불한
저 소나무는
계간 『문학수첩』2006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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