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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 정병근

작성자정중화|작성시간26.06.23|조회수4 목록 댓글 0

안부 / 정병근

 

 

 

언제 한번 만나자는 말

조만간 한잔하자는 말

믿지 말자 전화를 끊으면서

그것은 내가 한 말이기도 했으므로

약속은 아직 먼 곳에 있고

나는 여전히 동문서답의 헛바퀴를 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일이

어디 약속뿐이랴 뱉은 만큼

못다 한 말들 입속에 바글거리고

만나면 만날수록 결별만 수북수북 쌓인다

그런 게 다 인생이라고 나는 제법

늙어서 흰머리를 툭툭 털면서

발톱을 깎으면서 안경알을 닦으면서

생각하건데, 나는 죄의 신봉자였으니

일기장은 날마다 내게 반성을 촉구했고

지키지 못했으므로 반성은

더 많은 반성을 몰고 왔다

나, 이윽고 죄 많아 빼도 박도 못하겠으니

그대 어디쯤 잘 계시는가 제법 늙었는가

이 꽃이 지기 전에

우리, 폐단처럼 꼭 한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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