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보살들
석정미
벙어리 장갑 끼고
풍물장에 들렀다가
택시 타고 언덕을 올라 온
어린아이처럼 볼그레한 얼굴
장바구니를 보여주며
겨울 나물들 말라도 향기롭다
풋풋한 말들이 오고 간다
신중기도일을 묻는데
두세 번 되물어 수고스럽지만
무릎은 굽어져 지팡이로 세운다
이마엔 관세음보살로 깊이 팬 골짜기
그 깊은 심연의 말씀 어눌하게 내뱉어도
모두가 평화로운 자비
소녀
석정미
나는 소녀를 바라본다
맑은 유리창 햇살을 기댄 소녀
어릴 적 오랑캐꽃을 좋아했나 보다
보랏빛 입술로
창가에 와 있는 소녀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햇살은 자꾸
뜨거워지며 소녀를 박제한다
창문의 얼룩을 지우며
새로운 탁본을 뜬다
소녀는 둥지 속
솜털 같은 과거를 매만지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는 두 소녀를 본다
영롱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두 개의 별에 빛이 번진다
반사광이 비치는 나의 창이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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