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꽃
덕해/유병용
언덕 가득 찔레꽃 피어나면
서쪽 하늘엔 해가 집니다
하얗게 누운 저 꽃잎 그림자
온 세상을 덮으며 무너져 내릴 때
잃어버린 빛들을 석양 끝에 모아
남은 온기로 시린 어둠을 데웁니다
지나간 날들이 우리를 멀어지게 해도
굽이진 길 너머 하얀 미소는 지지 않아
비록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우리는 기어이 다음 빛을 불러냅니다
내 안의 소생하는 그 꽃,
당신을 다시 불러냅니다
해바라기 겨울잠
덕해 / 유병용
이른 아침,
얼마나 눈부신가
그대 올 때 잊지 않으려
석양의 빛 한 자락 미리 걸치고
햇빛 볼 수 없는 날들조차
그대 닮은 꿈속에 머물면
불어오는 바람은 이토록 가볍고 부드러운데
온 들판의 온기를 홀로 받쳐내기
딱 알맞은 몸짓으로
여름 내내 천천히 걸어왔네
계절의 속박조차 무시한 채
더위를 뚫고 가을 끝에 고개 숙여 꿈을 꾸더니
이제 비로소 마주한 초겨울
검게 타버린 고개 위로
하얀 서리꽃 차갑게 내려앉았어도
그대, 품 안의 씨앗들은 여전히 뜨겁게 익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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