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꽃
유 인 규
들녘에는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모를
개망초꽃이 환하게 피어 있었다
며칠째 공중을 떠돌던 말들은
저녁비에 씻겨 내려가고
바람은 낮은 풀잎 사이를 지나며
이름 없는 꽃들의 안부를 묻는다
나는 천천히 길을 걷는다
세상은 늘
무언가를 가르고 나누며 흘러가지만
개망초는
그 어느 편에도 서지 않은 채
하얀 웃음 같은 꽃잎을 열어
초여름 들녘을 밝힌다
문득 멈춰 선 발끝에
꽃은 말이 없는데
왜 이토록 많은 것을 들려주는지
선거가 끝난 자리보다
꽃이 핀 자리가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춘천 동면 옥광산 근처에서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