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그해 여름의 아리랑과 아미망> 한강문학 2026, 여름호 권두시
권두시, 그해 여름의 아리랑과 아미망
뽀얀 먼지의 국도에는 미군 후퇴 차량이 가득하고
차창으로 노랑머리 병사가
우리의 반만년 아리랑을
'아미망 아미망 아마미요'로 서툴게 불러 무섭다
피난 보따리를 든 소년과
징병 간 남편의 편지를 품에 지닌 젊은 아낙은
간담만 서늘하던 그해 유월
이 땅의 여름은 항상 수난의 계절이다
왜란 때는 평양성도 여름에 참혹히 함락되고
겨울 호란도 여름이 되자 젊은 남녀들은
굴비 엮이듯 청나라로 끌려갔으며
신미양요도 여름에 당한 느닷없는 변란
임오군란, 동학 농민운동도 모두 염천에 일어 난
목숨 건 민중 운동이었지
경신년 대기근 때처럼 치산치수가 안 된
몬순 기후대의 헐벗은 이 땅
처참한 아사의 현장에는
호열자와 각종 역병 염병도 뒤쫓아 왔으니
불쌍한 민초들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났구나
일천구백십년의 경술국치는
이 땅의 근세 비극 사에서
마지막 쐐기가 박히는 민족의 참사
서른여섯 해의 와신상담 끝에 광복을 품에 안고
분단의 비애와 육이오 여름 민족상잔을 제물 삼아
반 토막이나마 반만년 역사에서 세계사에 우뚝 서니
광화문의 ‘아리랑 페스티발’
세계를 누비는 BTS 방탄소년의 춤사위와 노래함성
한의 탄식이 흥의 가락 되고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세계인이 부르는 아리랑 흥타령
한민족 문명과 문화의 뱃노래
한강 물결에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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