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함께 <시, 스윙바이2> <시, 꽃샘추위>
시, 스윙바이2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나는 너의 궤도에 스며들었다
돌아 나갈 길까지 포함된 만남,
그것이 우리의 방식이었다
너의 중력은 말이 없었고
그래서 더 오래 남았다
닿을 수 없다는 사실조차
어쩐지 따뜻하게 느껴지던 밤들
우리는 붙잡지 않았다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알았으므로
그 대신 서로를 통과하며
조금씩 다른 방향이 되었다
이제 나는 떠난다
너를 잊어서가 아니라
너를 품은 채로
더 먼 행성의 길 위로
가끔은 속도를 늦추고
뒤를 돌아보면
이미 사라진 궤적 위에
희미한 빛이 남아 있다
그것이 너인지
혹은 지나온 나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그 노스탤지어를 연료 삼아
끝내 멈추지 않기로 한다
스쳐간 것이 아니라
남겨진 것들이 나를 밀어
나는 오늘도
너를 지나 얻은 방향으로
조용히, 아주 멀리 나아간다
스윙바이; (중력 도움 항법, 우주에서 주로 가속에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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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꽃샘추위
꽃비가 내리다 말고
찬 기운에 다시 얼어붙는 날,
까치 한 마리 전깃줄을 박차고
서슬 퍼런 바람 사이로 솟는다
아니, 까치가 난 것인가
꽃잎이 밀려난 것인가
날갯짓 끝에 흩어진 봄이
허공에서 잠시 길을 잃는다
꽃샘바람은 아직 겨울의 말씨를 쓰고
옷깃을 여미면 손끝까지 시리다
피어나던 것들은 자꾸만 머뭇거리고
피지 못한 기억들이 먼저 떨린다
새들도 이삿날을 고르느라
하필 바람 많은 날을 택했나
서까래 같은 가지를 물어 나르며
둥지 하나에도 계절을 저울질한다
전세 계약 끝난 하늘 아래
둥지는 늘 임시 거처처럼 위태롭고
그래도 알을 품을 자리 하나
기어이 찾아내는 저 작은 생들
아이들 키우려 집을 옮기던 날들처럼
따뜻함을 빌리러 다니던 계절처럼
봄은 늘 약속보다 늦게 오고
추위는 끝까지 값을 치르게 한다
그날의 바람은 유난히도 차가워
이삿짐 사이로 스며들었고
손에 쥔 것은 가벼웠는데
마음은 자꾸만 무거워졌다
꽃은 피기 전 더 오래 떨고
사람은 떠나기 전 더 오래 머문다
꽃샘추위 속에서야 비로소
봄이 얼마나 연약한지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