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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 상 수 첩 ♡

장량과 신발

작성자청사.|작성시간26.06.23|조회수31 목록 댓글 4

장량과 신발

진(秦)나라,
유방을 돕기 전의 젊은 장량이 하비(下邳)라는 다리 위를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노인(황석공)이 장량에게 다가와 신발을 다리 아래로 툭 던지며 말했습니다.
"얘야, 내려가서 저 신발 좀 주워 오너라."

장량은 어처구니없는 요구에 화가 났지만, 
노인의 연세가 지긋함을 보고 꾹 참으며 강가로 내려가 신발을 주워 왔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발을 내밀며 "내친김에 신겨다오"라고 요구했고, 
장량은 무릎을 꿇고 정성껏 신발을 신겨주었습니다.

노인은 웃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가르칠 만한 놈이구나. 닷새 뒤 새벽에 이 다리 위에서 만나자."
장량은 약속한 날 새벽 일찍 나갔으나 노인이 먼저 와 있었습니다. 
노인은 "어르신보다 늦게 오다니!"라며 화를 내고 다시 닷새 뒤를 기약했습니다.

두 번째 약속 날이 되어 장량은 꼭두새벽에 노인을 만나러 나갔습니다.
그런데 또 노인이 먼저 와서 화를 내며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닷새 뒤를 기약하지요.
이번에 장량은 아예 밤을 새워 다리 위에서 기다렸습니다. 
뒤늦게 온 노인은 만족해하며 책 한 권을 건넸습니다.

이 책이 바로 전설적인 병법서인 태공병법(太公兵法)이며, 
장량은 이 책을 공부하여 훗날 한나라 건국의 주역이 됩니다.
장량이 다리 아래로 몸을 굽혔을 때, 그가 주워 올린 것은 노인의 신발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이었을지 모르지요.

세상살이는 때로 우리에게 무례한 질문을 던집니다. 
정성껏 쌓아 올린 자존심을 툭 쳐 흐르는 강물 속에 던져버리기도 하고, 
아무런 이유 없이 비좁은 다리 위에서 무릎을 꿇으라 명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흔히 화를 내며 돌아서거나, 떨어진 신발을 외면하곤 합니다.

하지만 젊은 날의 장량이 보여준 모습은 사뭇 다릅니다. 
그는 자신의 기개보다 앞서 마주한 인연의 무게를 먼저 헤아렸습니다. 
다리 아래로 몸을 굽혀 흙 묻은 신발을 집어 올린 그 찰나, 
장량이 굽힌 것은 허리가 아니라 세상의 거친 파도를 담아낼 수 있는 거대한 그릇이었습니다.

하심(下心)은 마음을 내려놓는 일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작은 아집을 비워내어 
그 자리에 타인의 지혜와 세월의 통찰이 스며들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노인은 신발을 던진 것이 아니라, 장량의 마음속에 아직 남아있던 서툰 혈기와 오만을 강물에 씻어내려 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세 번의 새벽, 안개를 헤치고 나아간 장량의 발걸음은 
결국 운명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되었습니다. 
남들이 잠든 시간에 자신의 정성을 먼저 증명한 이에게만, 세상은 비로소 숨겨두었던 비책(秘策)을 내어줍니다.

우리의 삶에도 나를 낮춰야만 얻을 수 있는 진리가 있고, 
기다림의 끝에서만 열리는 보석 같은 기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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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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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친봉 | 작성시간 26.06.23 new 장자방의 욕망?을 위한 참을 미덕은 대단하네요 ~~
    태공병법(강태공?)은 처음들어 봅니다 ~
  • 답댓글 작성자청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시간 12분 전 new ㅋㅋ 그건 강태공하고는 상관 없는 책으로 알고 있구요..

    사랑은 언제나 오래참고~~ 라는 성경구절도 있어요..ㅋ
    함튼 뚝배기같이 투박해도 오래 온기를 간직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요.
  • 작성자카리스마 리 | 작성시간 26.06.23 new 기원전 202년, 유방이 한나라를 건국하고 공신들에게 분봉을 하면서,
    본인이 '서초패왕' 항우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를 들며
    건국 '삼걸(三傑)'로 소하와 한신, 그리고 장량을 꼽는 대목이다.
    수도에서 국가운영을 이어가며 전선에 군량과 병력을 지원한 영원한 승상 소하,
    중원의 삼진과 제나라의 동북방을 평정하며 유방에게 지원병력을 쉼없이 제공한 대장군 한신은 말할 것 없고,
    군막 안에서 천리 밖 전장의 계책을 마련할 뿐 아니라 중요한 시기마다 기묘한 책략으로 유방을 구한 장량이 한나라 건국에 가장 크게 기여한 3명의 인재라는 의미다.
  • 답댓글 작성자청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시간 13분 전 new 이 세 신하 중에서...
    한신은 회음 땅을 하사받고 왕 노릇하다가 잡혀가 가마솥에 삶겨 죽는 팽형을 당해꼬
    장량은 다 내던지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과 벗하며 살았습니다.
    그는 천수를 누림은 물론 자지손손 복을 누리며 오래 행복하게 살았지요.
    욕심을 줄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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