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사건 전모…“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
최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새마을금고 수유 지점 절도 사건의 용의자가 체포됐다. 용의자의 정체는 해당 금고에 무인 경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안업체 ADT캡스 직원으로 밝혀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고객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보안업체 직원이 용의자로
드러난 것. 경찰 조사결과 용의자는 출입문 열쇠를 입수해 복제하는 등 치밀한 계획하에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새마을금고와 ADT캡스에 대한 비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는 이번 범행이 가능했던 원인으로 새마을금고의
안전불감증, ADT캡스 보안업무 시스템의 허점이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 절도 사건…범인은 현직 보안업체 직원
‘치밀한’ 사전 계획…안전불감증·직원관리 소홀 비판
과실 인정, 대책 마련 약속…고객 신뢰관계 이상무?
지난 8월17일 발생한 새마을금고 수유지점 절도 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됐다. 용의자의 정체는 놀랍게도 해당지점에 보안서비스를
제공하는 보안업체 ADT캡스 현직 직원으로 드러났다. 고객의 재산과 안위를 보호해야 할 보안업체 직원이 용의자로 체포되는 아
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치밀한 계획
서울 강북경찰서는 새마을금고 지점 2곳에서 현금 7700만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보안업체 소속 현직 직원 강모(2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지난 8월27일 밝혔다. 강씨는 해당 새마을금고의 보안을 담당하고 있는 보안업체 ADT캡스의 직원으로 드
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주말인 지난 8월17일 오전 10시께 새마을금고 수유5지점에 침입해 금고에 보관돼
있던 3900만원을 훔치고 이후 700m 떨어진 수유2지점으로 들어가 3800원 등 2차례에 걸쳐 총 7700만원을 훔쳤다.
경찰 조사결과 강씨는 치밀한 사전 계획하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평소 업무를 이유로 해당 금고 출입이 잦았던 강씨
는 사전에 출입문 열쇠를 입수 복제해 두고 금고 열쇠 보관 위치도 파악해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강씨는 범행 실행에 앞서 지난 8월11, 15일 양일간에 걸쳐 기기점검을 이유로 해당 금고의 보안장치의 전원을 내리는 등 범
행을 위한 사전 조치를 완료하는 등 용의주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범행을 위한 일련의 조치를 마무리한 강씨는 범행 당일 맑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우산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해당 금고에 침입해 현금을 챙겨 도주했다.
이후 지난 8월19일 금고 내부 현금이 사라진 사실을 파악한 직원들이 이를 신고함에 따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 발생 현
장에 출동한 경찰은 출입문 등이 파손되지 않은 점 등으로 범인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라고 판단, CCTV 분석 등을 통한 수
사를 진행해 지난 8월25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강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경찰은 강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공범 여부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판 여론 형성
강씨의 검거 소식이 알려지자 이내 비판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ADT캡스의 직원 관리 실태 및 보안 시스템의 허점이 고스란
히 드러났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고객의 재산과 안위에 대한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보안업체 소속 직원이 오히려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ADT캡스 전직 직원의 현금수송차량 탈취 사건 등 전·현직 직원들과 관련한 사건으로 인해 도마에 오
른 바 있기에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강씨 범행 당일 경보 장치가 울려 ADT캡스 직원이 출동했으나 외견상 출입문 파손 등의 흔적이 없어 철수했다는 사실이 알
려져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안업체는 경보 장치가 울려 출동할 경우 이를 서비스 제공업체에 고지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외견 상 이상이 없다는 이유로 철수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강씨가 범해에
앞서 기기점검을 위장해 보안장치의 전원을 내려 최대 7일간 보안장치가 작동을 안 했으면 ADT캡스가 응당 조치를 취했어야 하
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아울러 새마을금고가 보안 불감증에 빠져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평소 보안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이긴 하지만 새
마을금고의 업무 특성상 출입문 및 금고 열쇠의 위치가 강씨에 노출됐다는 것은 관리 소홀로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새마을
금고는 그간 직원 횡령 사건, 강도 사건 등으로 인해 보안 불감증에 빠졌다는 지적을 수차례 받아왔다. 때문에 이번 사건에 있어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뢰도 이상무?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ADT캡스는 일정 부분 사측의 과실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ADT캡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피해 금액은 전액 환수된 상황이다. 경보 장치가 울려 출동했던 직원이 이를 새마을금고에 알리지 않고 철수한 부분은
과실이다”며 “향후 직원 윤리교육 등을 강화하고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강씨의 거취와 관련, “현재 인사
위원회가 소집된 상황은 아니나 사안이 워낙 중대한 사안이라 퇴사가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안장치와 관련해 전원을 내린 시작시점과 종료시점에 대한 보고 규정이 있느냐는 질문에 “강씨가 기기점검을 위장해 사
측에 보고했다”며 “전원차단 시작시점과 재시동 시점에 대한 보고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일반화시켜 답변하기 어렵다”는 다소 애
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새마을금고 측 또한 직원 보안 의식과 관련해 “현재 경찰열쇠 보관 위치 장소 정보 유출 등과 관련해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경
찰 조사와 상관없이 직원 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으나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ADT캡스와 새마을금고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비판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
을 전망이다. 이는 ADT캡스와 새마을금고 모두 고객의 신뢰도를 영업의 핵심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 응암동
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이모(30)씨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미흡한 점이 있을 수도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보안업체와 금융업 특성상 고객과의 신뢰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재발 대책 마련 약속할 것이 아니라 고객이
안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