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060726 가해 강론
신명 8:2-3, 14ㄴ-16ㄱ; 1코린 10:16-17; 요한 6:51-58
우리가 거행하는 성체성사, 즉 미사 중에는 한때 실질적인 의도로 취했던 행위를 지금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세 시대에는 그런 행위 중 일부가 우화로 오해 받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가 신자들이 봉헌해 올리는 미사 예물을 받아 제단으로 가져온 후에 손을 씻는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에 대한 빌라도의 책임 회피의 표현으로 손을 씻는 것을 재현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사제가 손을 씻는 행위의 기원은 단순히 더러운 손을 깨끗이 씻는 평범한 행위로, 고대 전례에서 제사장은 손이 더럽다는 이유로 손을 씻었던 것입니다.
제사장의 손이 더러웠다면 왜 제사 전에 깨끗이 씻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문제는 제사 중, 예물을 바칠 때 제사장의 손이 더러워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한때 나이지리아에서 미사를 집전한 적이 있는데, 이 미사에서는 미사 예물이 제가 생각하는 평소의 빵과 포도주와 헌금의 정도를 훨씬 뛰어넘는 정도였습니다.
나이지리아 신자들이 바치는 미사 예물에는 사납게 날뛰는 염소도 있었는데, 그 염소는 마치 뿔로 저를 떠받아버릴 것처럼 설쳐대었습니다.
그런 염소를 대하는 데 익숙한 현지 교우들은 그 염소의 엉덩이를 잡고 제단으로 밀어 올리면서 저 더러 손으로 그 염소의 머리를 잡으라고 했습니다.
도시에서 자란 저로서는 그렇게 설쳐대는 염소의 들이받는 뿔과 물어뜯을 것처럼 보이는 그 이빨이 얼마나 무서웠던지요!
그러나 저는 교우들이 시키는 대로 염소의 머리에 손을 얹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그 현지인들이 바치는 미사 예물에는 고구마의 일종인 흙투성이 얌과 다른 채소와 과일은 물론 살아서 푸덕거리는 닭 몇 마리도 있었습니다.
그런 예물을 받아들인 후 제가 손을 씻는 것은 상징적인 제스처 그 이상이었습니다.
고대 교회의 미사 예물은 지금의 나이지리아의 교회와 비슷한 형태로 봉헌되었습니다.
즉 지역 사회의 구성원들은 빵, 포도주 및 기타 음식과 선물을 봉헌했습니다.
주교님이나 신부님들은 그런 모든 미사 예물을 받아들이고 미사에 참례하는 모든 사람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빵과 와인의 일부만 제대 위로 가져가고, 나머지는 나중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따로 두었습니다. 그렇게 예물을 받아들인 다음 사제는 손을 씻었습니다.
미사 중에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된 그 빵과 포도주는 가난한 이들을 향한 교회의 봉사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성체성사는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와의 친교이며,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신자 공동체와, 그리고 공동체가 섬기는 가난한 이들과의 친교이기도 한 것입니다.
바오로 성인께서는 우리에게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우리 모두 한 빵을 함께 나누기 때문입니다." 라고 상기시켜 주십니다. (사실, 한 덩어리 이상의 빵이 쪼개져서 성체로 공유되던 초기 교회에서는 이 말씀이 훨씬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매번 거행되는 성찬례는 하느님의 백성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어 있음을 세상에 선포하는 행위입니다.
나는 과연 전례에 참여할 때 이 사실을 얼마나 자주 마음에 새기고 있을까요?
건성으로 부르는 성가, 반쯤만 하는 응답,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몽상, 다른 신자들에 대한 판단, 오래된 논쟁을 되풀이하거나 신학적·교리적 논쟁을 머릿속에서 굴리는 일 등등… 전례 중에 내 입과 마음과 생각을 스쳐 지나가는 것들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그 대부분은 교회라 불리는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기보다 오히려 해치는 것들입니다.
저는 미사가 그 행위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의 일치의 선포이며, 온 교회와의 친교의 표지, 그리고 세상을 섬기겠다고 다시 한번 올리는 서약임을 기꺼이 인정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로 제 주변에 있는 남녀 신자들을 바라볼 때, 저는 그 사람들과 하나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스스로를 그 사람들로부터 떼어 놓으려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오히려 제가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골라서 함께하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그리스도께서는 그렇게 까다로우신 분이 아닙니다. 그분은 당신 백성이 나누는 빵과 포도주 안에 현존하시기를 기꺼이 원하십니다.
또한 그분은 그 백성 안에, 그리고 그들이 개인으로서나 공동체로서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행하는 모든 일 안에 함께하시기를 원하십니다.
성사 안에서의 그분의 실제적 현존이야 말로 우리를 참된 공동체로 만들고, 참되게 봉사할 수 있게 하는 힘이십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하나 되어 세상을 섬기는 우리의 삶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초대하신 영원한 생명을 미리 맛을 보는 삶이 됩니다.
그래서 “이 빵을 먹는 이는 영원히 살 것이다” 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한 덩어리의 빵’이 될 때, 우리는 이 땅에서 이미 하늘나라를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성찬례 거행과 세상 복음화의 사명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올리는 전례는 그리스도께서 우리 모두를 일치로 부르신다는 표지이며, 동시에 그 일치를 실제로 체험하는 순간입니다.
이러한 일치는 교회 안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봉헌하는 예물은 온 세상에서 주어지는 땅의 열매와 인간의 노동의 결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예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6 신부님! 감사합니다.
주님과함께행복하시고 건강하셔요...❤️🙏👍 -
작성자예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6 이 나라에 정의와
평화가 이루어 지기를
어농성지 성모신심
미사에 간절히 절절히
기도드리고 갑니다
🙏❤️❤️❤️ -
작성자예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7 아멘 !
감사합니다 신부님
건강하세요 -
작성자예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8 찬미예수님!!
어제는 내고향 이고
신앙의 모태인 두메 산골 영양성당
청기공소 설립 60주년
기념미사와 축하 행사에
다녀왓읍니다
50년 전 성령으로 세례
받던~
영혼이 맑고 순수햇던
열정으로 가슴 뜨거웠던 그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낫고
조촐하지만
성대하고 뜻깊은 행사에 불러주신 주님의 은혜로운 시간이 였습니다
60년동안 두메산골의 보잘것없던 청기공소를 지켜주시고 이처럼 성장하게 해주신 주님의 보살핌의 열매라고
생각하고~~
주님의 현존을 실감하는
체험이 였습니다
연로하고 거동마저
자유롭지 못한 시골 공소
형제 자매님들의 땀과 영혼이 배어있는 성가합창과 난타공연에
가슴 벅찬 감동의
눈물이 육신의 고통 마저 잊게해준 귀한 시간이 었네요
공연내내 한결같이 밝고 환한 미소가 가득한 성스럽도록 아름다운
표정 에서 가장 힘들고 가난한 사람에게 오신다는 성모님을 봤네요.
주님!
청기공소를 길이 축복하여 주시고
100주년 기념 감사 미사에도 참석 할수 있도록 은총 주소서 -
작성자예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8 신부님 영양 본당에 계실때
공소에 오시어
미사 예절 봉헌해주시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네요
항상 에너지 넘치시는
모습이
제게도 힘이됩니다
영육간에 건강을 위해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