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시분과 사랑방

눈길

작성자농선 김경준|작성시간26.01.05|조회수21 목록 댓글 0

                      눈길

                                                               김경준

모자가 달린 무거운 외투를 단단히 여미어 보아도

품 안으로 스며드는 것은 겨울바람만이 아닙니다.

내리는 눈 닮아 어깨 위에 내려앉는 고요가 음악처럼

입고 있는 옷감보다 더 든든하게 마음을 덥히고 있어요.

 

우리 앞엔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이 지평선까지 열려 있어요.

어디로 갔을지 타인의 발자국들은 흰 눈으로 다 덮였네요.

이 순결한 평면 위에 우리 서툰 설렘으로 한 걸음 내디디면

얼어붙은 고요가 놀란 듯 바스락하며 깨어질 것만 같답니다.

 

아무리 옷감이 좋은 두툼한 소매의 끝을 여미어 보아도

손가락 끝부터 기억나는 가난한 추억들을 막지는 못하겠어요.

마음속에서 번져 나가는 우리 영혼이 부르는 작은 노랫소리

어떤 직물로도 덧대어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거든요.

 

돌아보니 우리 걸어온 삶의 이야기 소복한 눈길에 선명하고

앞을 보면 여전히 순결한 하얀 여백이 온 세상에 가득합니다.

우리가 채워야 할 사계절 중에 겨울이 또 찾아온 이 아침에

가장 따뜻한 옷을 입고 주머니 안에 손 함께 잡고 걸어가게 될

하얀 여백에 당신과 발자국을 채워가게 될 설렘의 눈길입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