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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이의 숨비소리

김 과장과 세발낙지

작성자곤이|작성시간26.06.19|조회수27 목록 댓글 0

예전에 인천에서 컨테이너 부두 만드는 공사를 할 적에 김 과장이라는 후배가 하나 있었습니다. 남산에서 돌 던지면 가장 먼저 맞는 성씨에다가, 대놓고 욕을 독으로 퍼부어도 입 달싹 못하는 가장 흔한 직함ㅡ, 게다가 160채 못 미치는 키에 90kg 웃도는 우람 허리 날씬 어깨를 가진 사나이로서,

 

얼굴은 우리 엄니 덜 굳은 메주 다락에 올리려다가 떨어뜨려 놓은 그것처럼 어딘가 구도가 잘 안 맞고, 얼굴 빛깔이야 그나 나의 하루가 거기서 시작해 거기서 끝나는 야전 건설 현장이니만큼, 부시맨이 이 친구 보면 대뜸, 아이고 동상~ 잘 있었는가? 할 판입니다.

 

거기다가 젊은 시절에 무슨 복싱을 했다나 어쨌다나, 코는 납작코에, 앞니는 47살에 하마 다 틀니고, 어금니는 아래위로 두 개씩만 남고 다 빠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뭐 그런, 겉으로 보이는 껍데기는 다 좋습니다.

 

얼굴이야 뭐 어차피 그를 제조한 지 엄니 아부지 책임이고, 시커먼 현장맨이야말로 자기 팔자인 것이며, 우람 허리 날씬 어깨는, 있을 때 잘 묵자. 뱃심 없으면 그나마 현장도 힘들다.의 소치이므로, 내가 따따부따 나서서 나무랄 바는 아닙니다. 땡볕에 고생도 많고 해서, 어쩌다 주머니에 지전 좀 실린 날, 어판장으로 향했습니다.

 

어판장엘 가면 시장을 한 바퀴 휘이 순찰하는 게 저의 임무입니다. 어판장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이 이 사실을 알면 뭐라고 욕을 할지 몰라도, 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은, 살 맘 전혀 없는 고기를 흥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고기 저 고기 다 흥정해 보고, 한 열 짝 살 거 같이 그러다가, 방금 숨 거둔 우럭 두 마리만 샀습니다. 아무리 질척하고 비린내 나는 어판장이라 해도 꾀죄죄한 작업복에 안전화 끈 풀고 털털 끌고 다니는 수염 더부룩한 위인들 앉을 자리는 항상 마땅치 않습니다.

 

김 과장. 안전화 벗고 옷 털고 손 씻고 꽃방석 깔고 앉아 생글생글 미소 지으며 종잇장보다 더 얇은 접시에, 그보다 더 얇은 무신 습자지 뜯어놓은 그것 같은 회 먹기 싫쟈? 아따. 성님. 아까 뽀겟또에 뭐 좀 실린 거 같더니만, 그거 배추 이파리 아니고 무 시래기였소?

 

이 사람, 눈치하고는. 빈대보고 절 내놓으라고 할 사람이네. 저 짝에 한 번 가 보자고. 결국 우리는 좌판을 택했습니다. 나 혼자 저녁 늦게 벌써 한두 번 갔던 좌판이라, 주인 여자 튀어 보이는 붉은 입술에 낯 간지러운 인사가 생경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뿐 아자씨~ 또 오셨능게라우? 낯 간지러운 인사는 됐응께 그거 필히 안주에 추가해 주고, 거시기 아짐씨. 혹시 세발낙지라고 있소? 오동통하니 빨빨 무척 빡세게 기는 놈으루다가 말이지. 한 스무 마리쯤 줘 봐.

 

내 얘기에 뜬금없이 김 과장이 눈 크게 뜨며 펄쩍 뛰었습니다. 성님. 그거 우리 둘이 다 묵을라구유? 그람 둘이 묵지, 이 아짐씨는 세발낙지랑 이혼해서 낙지 별로 안 좋아해. 글고 삼복엔 어쨌든 묵고 죽은 눔 때깔이 비루먹은 산 눔 때깔보다 더 낫대메? 올 여름 철근 열에 정기 다 빼앗겼을테니 보완 해.

 

아짐씨 글구 말여. 나무젓가락 하나 준비하고, 초장. 그 따위 것은 초장에 치워. 기름장 하구 된장에 마늘만 내놔. 낙지는 바가지 바닷물에다 담궈주고, 했더니 차릴 거고 뭐고도 없으니 금방 나왔습니다.

 

아짐씨. 채린 거 별로 없응께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더 하자. 우리가 말이여. 땡볕에 현장 뛰어서 묵고 산다고 손발 고상이 이만저만이 아니걸랑? 김 과장 손 좀 쪼까 보여줘 봐. 보니께 녹물에 콘크리트 물에 찌든 손가락들...

 

헝께, 요 놈을 말이여. 오늘은 아짐씨가 쫙쫙 훑어서 장에 찍어 우리 입에 넣어 줬음 하는데 말이여. 나으 이 고상한 의견이 어떠신감? 허기사 그 아짐씨 속으로는, 아이구~ 드러라, 내가 빨리 낙지 장사 때려쳐야지. 스무 마리만 아녔음 이 놈의 빌어먹을 좌판을 발로 탁 차 엎어버리는 건데,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나,

 

그러기 전에 인상 조금이라도 긁는 눈치 보이면, 내 성질에 그나마 그 스무 마리도 난짝 옆 좌판으로 넘기는 건 뻔할 뻔 자였으므로, 일단 표정 한껏 곱게 해서 니에~ 하였습니다.

 

그럼 글치. 숨쉬기도 고단한 세상에 낙지 파는 일이라고 수월할쏘냐? 어이 김 과장. 됐지. 서비스 이 정도 저 짝 삐까번쩍 횟집서 요구했다간 왕복 뺨따구 세 방에 당장 추방이여. 내 말이 맞지? 성님 말이 맞긴 개가 몽뎅이에 맞는데 말여라우. 근디 시방 지가 요런조런 사정으루다가 이빨이 쪼까 부실혀서, 고 놈을 으떠케 접수를 해야 할랑가 그게 고민이여라우.

 

그려? 근디 그게 뭔 소용이여? 어차피 이빨이라면 산돼지 이빨 버금가는 내 이빨 갖고도 저 낙지 굵은 다리는 완전하게 해결이 안 뒤야. 잔잔한 다리는 워째 보것는디 말이여, 큰 놈은 당췌 이빨 안 드가. 긍께 대충 침 발라 먹기는 그 짝이나 이 짝이나 피장파장이란 말이여. 알간?

 

그때야 김 과장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술을 홀짝 마셨습니다. 일단은 시식으로 들어가기 전, 제지하고 나의 연설이 나갔습니다. 작업 들어가기 전에 대충 작업 내용을 설명하것다. 볼펜 있으면 침 묻혀 손바닥에 잘 받아 적어라.

 

에 또, 가설라무네, 이 방법은 낙지가 가장 싱싱할 때, 그 머리 속에 든 먹물을 통째 먹음으로써, 에레기 이 먹물들아~ 터져 뻔져라..가 아니고, 낙지 먹을 때 발생 가능한 느끼함을 먹물의 구수함으로 미연에 예방하고, 이 열사에 지극정성 불철주야 고상 많으신 김 과장의 정력 증진과, 아울러 그대 어부인의 흡족함과,

 

가설라무네 그 뭣이냐? 아침 반찬 가짓수와, 아무튼 국가와 민족의 무궁한 번영을 위하야 먹는다고 보면 되는디, 주의할 점 한 가지는 낙지라는 놈은 무조건 디런 발꾸락을 껌껌한 구멍에 자꾸 넣을라꼬 하다 보니, 가끔 귓구멍 콧구멍으로 들어가긴 허는디,

 

뭐 걱정 안 해도 좋다. 어차피 자기 코딱지나 자기 귀지를 파서 자기가 먹는 건데, 언 놈이 뭐라것냐? 안 그냐, 이뿐 동상? 여기서 김 과장. 잠시 예의 그 코딱지 귀지 때문에 갑자기 멈칫, 하는 듯하였으나, 역시 역전의 지게꾼답게 아짐씨가 낙지 머리통에 젓가락을 푹 찔러 똘똘 말아 장 발라준 것을 감사히 입에 넣었습니다.

 

찰라, 이리저리 파고들어 오는 그 무수한 낙지의 발가락들, 이쪽 떼면 저쪽이 귓구멍으로 들어가고, 저쪽 떼니 이쪽 발이 콧구멍으로 들어가서 그거 떼느라 난리가 났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첨에 한두 번 그랬을 뿐, 세 마리째부터는 그러거나 말거나 얼굴은 다 버렸고, 그저 맛있다고 손가락 쪽쪽 빨더군요.

 

하여튼 그날, 난 김 과장 그거 멕이느라 제대로 못 먹고 술만 또 떡이 되었는데, 그 다음날 아침 일어나느라 낑낑거리는 내 옆에서 김 과장이, 아따~ 성님, 그놈이 참 좋긴 좋소이? 성님은 그래서 피부가 요러크럼 고븐개비여? 빨랑 후딱 출근헙시다. 애들이 코빠줏코 기다리고 있고만. 하며 사람 들볶고 앉았고,

 

야 인마, 좀 보채지 말고 내 양말 좀 찾아봐. 양말은 어제 봉께 착착 개어 사무실 책상 위에 곱게 얹어놓고 퇴근하시두만. 빨리 갑시다. 뭘 고로크럼 세발낙지 맨치로 방바닥에 벌벌 기고 있소? 하면서 속을 한껏 뒤집는 바람에 낙지가 도로 올라오려고 했지만, 나도 이런저런 일에 이골이 날 만큼 났으므로 대수롭진 않았습니다.

 

김 과자앙~, 헛소리 말고 어제 산 우럭 꺼내 현장 가 보자. 애들 일 붙여놓고, 더 바라볼 일 없으니 해장은 하고 또 무얼 생각해 봐야지. - 그룹 퀸 나는 자유로워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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