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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詩

안개주의보 / 이용임

작성자팅커벨|작성시간12.10.24|조회수14 목록 댓글 1

안개주의보

 

 

 

먼저 당신의 코가 사라진다

물렁한 벽으로 나누어진 두 개의 검은 방에서

채 스미지 못한 내 체취가 흘러나온다

당신의 입술이 사라지자

망설임은 맨발로 배회한다 허공을

눈 가리고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당신의 귀가 하나씩 흘러내린다

나의 목소리가 차가운 물방울로 고인다

당신의 심장까지 도착하지 못한 말들이

천천히 얼어붙는 사이

당신의 눈에 담긴 내가 녹는다

손발이 뭉그러지고 머리카락이 나부끼고

숨결이 아득한 윤곽이 되는 동안

당신은 뼈만 남은 얼굴이 된다

바람도 없이 삭는

당신은 검었다가 희었다가 이제 투명하다

당신의 부스러기들이 창을 가득 메운다

불투명한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발소리가 들린다 저벅,

저벅

 

 

 

 

 

 

저녁 무렵의 창문

 

 

무덤이 열리고

거대한 까마귀가 날아오른다

방금 땅에 떨어진 복숭아를 움켜쥐고

 

 

-시집『안개주의보』(문학과 지성사, 2012)

 

 

 

이용임

1976년 마산 출생. 2007

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앨리펀트맨」당선.

시집 『안개주의보』, 문학과 지성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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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곱슬이 | 작성시간 12.10.25 당신의 눈에 담긴 내가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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