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무용에 관심이 많아서 발레를 소재로 한 영화 ‘블랙스완’도 큰 기대를 가지고 보았다. 영화의 내용을 몰랐던지라 영화 ‘스텝업’처럼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영화라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실제 영화는 이보다 남자들의 이상이자 여자들의 로망이라 할 수 있는 발레리나의 아름다운 모습 뒤에 존재하는 어둡고 무서운 면들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한 측면들은 우리의 삶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보호받으며 키워진 주인공 니나. 어머니의 통제에 익숙하게 지내면서 착한 딸로, 순수한 소녀로 살아가고 있다. 그야말로 완벽한 백조인 것이다. 그러나 발레계의 프리마돈나로 등극하기 위해서는 이번 공연에서 흑조의 도발적이고 유혹적인 면도 가져야 함을 알게 된다. 완벽을 갈망하며 살아왔기에 흑조의 움직임을 소화하고자 노력하지만, 그녀의 춤은 여전히 틀에 갖추어진 딱딱한 느낌만 들뿐이다. 이에 토마스의 ‘완벽은 통제가 아니라 해방하는 것’이라는 말에 니나는 자기만의 해방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술집에 가고 마약, 자위를 하고 또 어머니에게 반항을 하면서 그녀는 조금씩 자기 내면에 있는 또 다른 모습을 끄집어낸다.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완벽에 가까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영화 전반에서 볼 수 있는 그녀의 혼란은 그녀의 완벽해지고 있는 겉모습에 비해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는 그녀의 정신세계를 드러낸다. 백조의 왕자를 흑조가 빼앗는 내용인 ‘백조의 호수’ 에 갇혀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한 채 릴리에게 극도의 질투심과 위기감을 느끼고 상상 속에서 그녀를 죽이는 것 - 그러나 실제로는 자신을 학대하는 것 - 등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이것은 백조와 흑조라는 두 개의 대비된 자아가 내면에 조화롭게 정착되지 못하고 오히려 정신분열을 가져와 나타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니나의 단순한 열정보다는 열정을 넘은 극도의 강박관념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니나는 토마스가 말한 ‘완벽을 향한 해방’을 완전히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통제를 벗어나려는 또 다른 통제 (압박)에 갇혀 지낸 것이다.
인간은 완벽을 원한다. 니나 뿐만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끝없이 완벽하려 할수록 자기 해방이 아닌 자기 구속과 파괴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이는 인간 세상에 ‘완벽한 완벽’이 없으며, ‘덜 완벽한 완벽’이 있을 뿐임을 암시하는 것 같다. 열정과 노력은 자기발전의 계기가 되지만 그것들이 극한 선을 넘으면 오히려 자기를 죽이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