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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영상매체의 문학적 이해] 영화 『 레드 라이딩 후드 』 을 보고 (국어A 200802030 전봉근)

작성자전봉근|작성시간11.05.29|조회수122 목록 댓글 0

레드 라이딩 후드

- 악의 허구성과 그것을 이용하는 자 -

 

국어A 200802030 전봉근

 

  옛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이끄는, 매력적인 소재이다. 상징과 은유, 무한의 상상력을 낳을 수 있는 옛이야기에서, 우리는 다채로운 해석을 할 수 있고,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낸다. 올해 3월에 개봉한 영화 레드 라이딩 후드또한 그 재해석의 하나이다. 이 영화는 빨간 모자의 재해석으로, 원작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겠다.

 

  『빨간 모자는 성장기 아동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자주 읽히는 아주 인기 많은 이야기이다. 표면적으로 아동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는 단순한 구조지만 그 속에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재해석과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영화 레드 라이딩 후드가 개봉한다는 것을 듣고, 마침 아직 여유가 있는 3월 말에 친구와 극장에 가서 바로 보았다. 지금부터 영화 레드 라이딩 후드를 원작의 내용을 생각하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빨강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빨강은 흔히 쓰이지 않는 색이다. 이 색은 정열, 금지, 부정 등 아주 강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할머니가 빨간 모자를 주었다는 것은 이 소녀가 뭔가 사회로부터 일탈했던 요소를 숨기고 있고, 마녀가 될 수 있는 소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빨간 모자가 늑대(숲에 사는 악마적인 것)과 말을 나누는 것도 이 이야기를 듣는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빨간 모자의 악마적인 소질을 느끼도록 한 것이 분명하다.

  이 빨간 모자는 정말 무엇일까? 왜 그것은 빨간색일까? 빨간 모자는 여러 정신분석학자들에 의해 수많은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포도주병은 순결의 상징이다라고 한 Fromm의 해석이다. , ‘길가는 도중에 딴 짓하지 않도록’, ‘병을 깨뜨리지 않도록과 같은 경고는 처녀성을 잃지 않도록 하라는 경고인 것이다. , 빨간 모자는 성문제에 당면한 소녀의 이야기로 다음과 같은 해석들이 가능하다.

  Fromm은 빨간 모자를 월경의 상징으로 하고, 잔혹하고 교활한 늑대는 남성을 상징한다. 늑대가 사람을 먹는 것은 성행위이며, 이것은 남성과 성에 대한 깊은 적의의 표현이다. 사람을 배에 넣는 것은 늑대를 남성의 임신에 대한 선망’, 배에 돌이 채워 넣어진 늑대는 불임인 남성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젊은 여성에 대한 성적 경고, 남성의 임신선망, 여성의 남성에 대한 공격과 멸시라는 3가지의 의미가 빨간 모자의 이야기에 숨겨져있 다고 한다.

또한 빨간 모자에서 늑대는 배가 찢기는 것만으로는 죽지 않고 돌을 가득 채워 넣어서 죽는다. 옛이야기는 사람의 성장이야기이기 때문에 사냥꾼(=아빠)이 늑대를 죽여서는 안되는 것이다. 사실 돌을 채우는 것을 제안 하는 것은 빨간 모자이다. 또한 아이에게 출산에 대한 불안을 전하지 않기 위해서 이기도하다. 만약 늑대가 제왕절개와 같이 배가 찢어지는 것에 의해 죽으면 듣는 아이는 태어난 아이가 엄마를 죽이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럼 영화 레드 라이딩 후드는 어떨까. 이 영화는 원작을 모티브 삼아 사실상 새로운 창작을 한 수준이다. 늑대가 나타나 사람들을 잡아먹고, 빨간 모자가 제물로 바쳐지고, 늑대가 할머니를 잡아먹은 뒤 빨간 모자를 기다리고 있는 등등의 기본 골격은 살려놓았지만, 구체적인 캐릭터나 이야기 설정 및 세부적인 배경 등은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원작동화가 단순히 우화나 옛이야기 같은 느낌이라면, 영화는 보다 디테일해진 추가 설정 등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새로운 담론들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공포와 불신이 대중을 어떻게 지배하고 통제하며,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에 대한 자문과, 두려움과 의심에서 비롯된 비이성적인 군중심리 그 자체, 혹은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파시즘이나 전체주의의 망령에 대한 경고를 통해 우리는 사람 잡아먹는 늑대보다 더 무서운 존재를 의식하게 된다. 바로 무차별적인 공포와 두려움, 의심과 불신으로 아무 죄 없는 타인을 마녀와 괴물로 만들어 단죄하는 인간 그 자체다. 사람의 마음이 늑대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이 영화는 금기에 관한 영화이다. 빨간 모자에서는 빨간 모자야. 숲 속의 늑대를 조심해!”라는 금기를 어김으로써 발생되는 이야기이다. 동화나 전설은 종종 금기와 그것을 어기는 것을 모티브로 한다. 금기(터부)는 미신적 관념이나 사회적 관습에 의해 어떤 행동이나 말을 금하는 일을 가리키는 것으로, 통제하고 억압하는 통치 이데올로기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사실 이 같은 통제와 세뇌의 술책은 이미 우리도 경험한 바다. 한국전쟁 이후 국가는 레드 콤플렉스를 이용하여 대중을 선동하고 통치해왔다. 강렬한 색채인 빨강을 이용한 반공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강력한 세뇌효과를 발휘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물론 공식적으로 인정된 한국전쟁의 발발 책임, 그리고 이후 벌어진 북한의 숱한 만행은 우리가 가졌던 공포가 아무런 실체없는 허상이 아님을 명백히 보여주지만, 과연 이 나라의 독재자들과 위정자들이 북한의 실체와 그것이 끼친 공포를 악용하여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통제·억압하고 독재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궁색한 빌미와 이유로 이용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 같은 통제와 선동의 구조가 한반도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은 물론, 굳이 국가와 공공, 정치가 개입되지 않은 사적 영역에서도 너무나 쉽게 실체화되어왔다는 점이다. 영화 레드 라이딩 후드빨간 모자안에서 이 같은 부분을 극적으로 끄집어내어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금기를 깨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할머니가 낯선 사람과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했지만, 주인공 발레리는 소년 피터와 장난을 치면서 그 금기를 깨뜨린다. 그 후 시간이 지나 17세가 된 발레리와 피터. 발레리는 피터를 사랑하지만 부잣집 아들인 헨리와 결혼하라는 부모님의 강요를 받는다. 그래서 피터와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붉은 달이 뜬 밤 어둠의 숲에 사는 늑대에게 발레리의 언니 루시가 죽임을 당하게 되고, 발레리와 피터는 마을을 떠나지 못하게 된다.

 

  분노한 마을 사람들은 솔로몬 신부가 오기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어둠의 숲으로 몰려가 늑대를 죽여 복수를 한다. 이때 헨리의 아버지가 목숨을 잃는다. 늑대를 죽였다는 기쁨에 축제를 벌이려는데 솔로몬 신부가 도착하고, 그는 지금 잡은 늑대는 그 동안 마을을 괴롭혀 온 늑대인간이 아니라고 한다. 마을 사람들 속에 늑대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숨어 있다고 말한다. “늑대는 아직 죽지 않았다!”라고 외치는 솔로몬 신부의 연기를 한 게리 올드만은 충분한 위엄과 신비스러운 매력을 지니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솔로몬 신부는 아내를 죽인 인물이다. 그의 딸들은 자신의 어머니가 늑대인간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솔로몬 신부는 아내가 늑대인간이었기에 살해했다고 한다. 그는 원칙주의자로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자신의 말을 듣도록 만든다. 앞에서 말한 전체주의를 만드는 독재가의 모습이다. 늑대가 악일까, 늑대를 이용해서 군중의 심리를 흔드는 신부가 악일까.

그러다 마을에 늑대인간이 출몰하고, 늑대인간이 발레리와 대화를 한 것이 밝혀지면서 발레리는 마녀로 오해받게 된다. 빨간 모자에서 느낄 수 있었던 빨간 모자의 악마적인 잠재성을 발견할 수 있는 장면이다. 동시에 이것은 억압받는 여성성에 대한 묘사이기도 하다.

  마녀사냥은 여성을 희생물로 만들어 사회의 불안을 해소한 잔인한 역사이다. 교황권이 서서히 추락하는 시기에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책임을 돌릴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찾은 것이 마녀사냥이다. 당대의 지식인이 신부가 신의 뜻이 아닌, 독재자로서 악마가 되어버린 것이다.

  영화에서도 이러한 면을 찾을 수 있다. 솔로몬 신부는 붉은 달이 뜬 밤 늑대인간에게 물리면 저주에 걸려 늑대인간이 된다고 하면서 늑대에게 물린 자신의 심복마저 가차 없이 죽인다. 그는 중세시대의 부조리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솔로몬 신부는 그 당시의 지배계급이 보여준 이데올로기를 통한 정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솔로몬 신부는 그 부조리함으로 발레리를 희생 제물로 삼으려 하고, 발레리는 자신과 관계된 누군가가 늑대인간이라고 생각하여 스스로 제물이 되기로 결심한다. 달이 뜨는 밤 산 속에서 독재자의 최후를 볼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을 부조리한 이유로 희생시킨 솔로몬 신부가 늑대인간과 싸우던 중 물리게 된다. 대의를 위한 일이라고 하며 희생을 강요한 신부가 자신이 늑대인간에게 물리자 모순된 모습을 보여준다. 신을 섬겼을 뿐이라고 절규하는 신부의 모습은 모순적이며 부조리한 면모를 매우 잘 대변해 주었다. 게리 올드만의 연기가 돋보인 부분이었다. 솔로몬 신부는 자기에게 잔혹하게 죽임을 당한 심복의 형에게 죽임을 당한다.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딸들을 거둘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솔로몬 신부의 모습은 매우 이기적이어 보였으며, 자신의 동생도 자식의 아버지였다고 말하는 피해자의 형에게 솔로몬 신부는 결국 살해된다.

 

  영화의 끝에 가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드러난다. 발레리의 아버지가 늑대인간이었다. 발레리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내가 헨리의 아버지와 사랑하는 사이었다는 것을 알고, 발레리의 언니 루시가 실은 아내와 헨리의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라는 것을 알고서 루시와 헨리의 아버지를 죽였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발레리를 데리고 떠나려고 한다. 결국, 피터와 발레리는 그녀의 아버지를 죽이지만, 피터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물리고 만다. 발레리는 금기를 깨뜨리고 피터와의 사랑을 선택한다. 여기서, 우리는 소녀의 성숙을 알 수 있다. 원작과는 다른 방향으로 제시하였으나, 빨간 모자에서든 레드 라이딩 후드에서든, 빨간 모자는 성인식을 통과하여 여성적인 성숙을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피터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녀 또한 늑대인간의 피가 섞여있었기에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 영화는 우리에게 빨간 모자의 내용과 덧붙여 선과 악, 정체성의 모순을 말해주었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이라고 말할 수 없다. 늑대는 결국 악이 아니었다. 늑대를 악으로 만든 것은 주위의 시선이다. 금기와 배척을 통해 늑대는 악마가 되었고, 이를 이용해 통치한 자들에 의해 희생되었다. 무엇을 믿고 나아가야하는가를 생각하게 만든, 우리에게 인간의 복잡한 면모와 삶의 방향에 대해서 말해준 영화였다.

 

 

<참고문헌>

조현준, 빨간 모자와 성의 정치학 : 페로, 그림, 그리고 안젤라 카터, 2008.

조용훈, 서사 텍스트의 매체변환과 그 의미-그림책 빨간 모자와 늑대를 중심으로-, 2010.

사라 블라클리 카트라이트, 나선숙 역, 레드 라이딩 후드, 황금가지, 2011.

안상님, 여성신학 이야기, 대한기독교서회,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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