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욕망과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관념
사회과 200803014 배석호
평소 발레에 관심이 많은 여자 친구의 권유로 영화 ‘블랙 스완’을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단지 발레 분야에서 주인공의 아름다운 성공담을 그렸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 영화에서는 공연을 앞둔 한 발레리나의 심리적 압박감과 무거운 내면세계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한편으로 많이 놀랐고,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영화 ‘블랙 스완’은 흑조가 되기를 꿈꾸는 한 발레리나의 성장 이야기였다. 영화 속 주인공 니나는 ‘백조의 호수’ 작품의 주인공(프리마돈나)으로 발탁되면서 백조(선, 순수)와 흑조(악, 관능)를 동시에 연기해야하는 막대한 부담을 갖고 있었다. 니나는 특유의 순수함으로 백조를 표현하는 데는 손색이 없지만 흑조를 연기하는 데는 도발적인 관능미가 부족하였다. 그리하여 니나는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는 흑조의 성향을 취하려하는, 즉 백조에서 흑조로 변하고자 하는 강한 ‘변신의 욕망’을 갖게 된다. 그러나 완벽한 흑조가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함에도 번번이 실패(좌절)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망상과 편집증마저 겪게 된다.
니나가 이렇게 변신의 욕망을 강하게 가지고, 심지어 편집증 증상까지 보이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보다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니나는 전형적인 완벽주의자였다. 완벽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신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영화의 엔딩부분에서, 자신을 해쳐가며 무대를 끝마친 뒤 그녀가 남긴 말(“I was perfect.")을 보면 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백조와 흑조를 연기해야 하지만 자신이 잘 표현하지 못하는 흑조에 집착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흑조가 되기를 갈망한다. 그리하여 자신도 모르게 점차 흑조가 되어간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어쩌면 흑조라는 것은 예술적 완성의 경지를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누구나 완벽하지는 않지만 완벽을 꿈꾼다. 즉 실패를 두려워하고 실패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나는 완벽주의의 성향이 매우 강한 편이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잘 하려하고, 남들 앞에서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래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만들고 또 강하게 받는 편이다. 완벽주의라는 것은 영화 속 니나의 경우처럼 성공적인 무대와 쏟아지는 함성을 향한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영화 속 니나가 행한 것처럼 스스로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도 있다. 이로 볼 때 우리 모두는 완벽주의가 가지는 두 가지 속성을 고려하여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하고, 삶의 여유와 자기애를 전제로 한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