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덜 되어진 지체들의 모임 / 이준행 목사 |
| 13년 전, 남태평양에 있는 피지섬에서 안식년을 보내면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른 새벽에 추위를 참아내며 집집마다 주 예수 탄생의 노래를 부르다가 뜨거운 차와 호떡을 먹었던 경험이 있던 저는 피지에서의 경험이 매우 낯설었습니다. 새벽에 노래부르러 오는 교회 성가대원을 위해서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콜라를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그들은 40℃를 오르내리는 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본 것 말고는 흰 눈을 한 번도 구경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 빨간 털모자에 빨간 털옷을 입은 산타와 썰매를 타고 흰 눈 사이를 달리는 루돌프 사슴코의 노래를 부릅니다. 아마 그들이 사진이 아닌 현장에서 살을 에이는 차가운 바람과 흰 눈을 경험한다면 그들의 몸에 배어있는 전통적인 모습, 즉 반바지에 시원한 콜라 마시며 부르는 케롤송이 전해주는 의미는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이천년 전, 천사들로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관한 기쁨의 좋은 소식을 들었던 목자들과 양떼들이 있었던 목장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목장은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이 있는 곳입니다. 양들은 떼를 지어 풀을 뜯고, 목자는 초원에 누워 피리를 부는 평화가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목장을 방문하면 가까이 갈수록 가축의 똥과 오줌이 범벅되어 있는 냄새가 진하게 풍겨옵니다. 하얀 드레스나 신사복을 활동하기 편리한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것입니다. 구두를 벗고 장화나 운동화를 신어야 할 것입니다. 이곳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이 목자입니다. 우리들이 이루고자 하는 작은 교회, 목장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들의 몸에 배어있는 전통적인 모습으로 예배하며 찬양하는 모습,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성가대의 아름다운 선율, 선포되는 말씀에 아멘으로 화답하는 성도들의 모습만 보면 참으로 경건하고 아름답습니다.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면 함께 어우러져 웃으며 받은 은혜로 화평한 얼굴들입니다. 잘 구비된 주차장과 현대식 건물, 그 안의 까페나 편리한 시설들을 보면 산뜻하고 세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가까이 접근하여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면 아픔과 고통, 덜 되어진 모습, 아직도 변화되지 못한 냄새로 즉시 얼굴이 굳어질 것입니다. 기뻐하며 웃는 일보다 아파서 우는 일들이 더 많은 곳이 목장입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자아들이 드러나서 서로 부딪치는 현장이 목장입니다. 아픔이 드러나서 지체에게 전염되는 곳이 목장입니다. 드러나면서 부족한 곳이 채워지고, 아픈 곳을 만지시는 성령의 위로하심을 경험하는 곳이 목장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곳에서 섬김을 배우고 씨름하는 목자들은 더욱 외롭고 힘이 듭니다. 너무 힘들 때는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목자들은 힘을 내십시오. 남들이 편안히 쉬고 있을 때에도 양떼와 더불어 힘들고 외로운 자리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목자들에게 예수님 탄생에 관한 기쁨의 좋은 소식을 주신 것처럼, 목자의 섬김을 통해서 교회를 섬기신 예수님을 가장 먼저 경험하고 닮아갈 것입니다. 목자들의 손을 잡고 기쁨의 좋은 소식을 들려주실 주님의 말씀을 상상하며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 “힘들지? 어렵지? 두렵지? 걱정하지마라. 네가 하는 일이 하나님 우리 아버지의 비밀이요, 내 소원이다.” 이런 주님의 위로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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